2006년 9월27일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김기춘(오른쪽 둘째), 최경환(맨 오른쪽) 의원과 함께 독일 베를린 장벽을 바라보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2006년 9월 벨기에·독일행
최경환·심재엽·이정현·정호성 함께 가
최경환·심재엽·이정현·정호성 함께 가
박근혜 대통령이 2006년 9월 독일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 초청으로 벨기에와 독일을 방문할 당시는 당내 대선 경선에 출마하려던 시점이어서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그해 6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신분이었지만 김기춘, 최경환, 심재엽 등 3명의 의원이 동행했다. 또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공보특보를 맡았던 이정현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 박 전 대표의 의원실 비서관이었던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도 수행원으로 함께 출장을 떠났다. 박 전 대표의 출장 기간은 9월23일부터 10월2일까지였고, 벨기에 브뤼셀을 들른 뒤,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를 잇따라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동행한 김기춘 의원은 박 전 대표 시절 당 최고위원을 지낸 당시 3선 의원으로 독일 방문단의 좌장 구실을 했다. 김 의원은 독일 방문 내내 박 전 대표와 함께 일정을 수행했다. 현재 친박계(친박근혜계)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당시는 심재엽 의원과 함께 초선 의원이었다. 동행한 기자단도 10여명으로 적지 않은 규모였다.
교민 간담회 등 크고 작은 부속 행사들도 적지 않았다. 동행한 의원들과 이정현 특보 등은 기자간담회와 식사 자리에 참석해 “박 전 대표가 주창한 통일 구상인 이른바 ‘밥상론’과 ‘동북아개발은행’ 구상은 파격적이고 진일보한 구상”이라고 말했다. 당시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임기를 마친 뒤 지방을 순회하며 당내 경선에 대비한 세 불리기를 시작할 때였다.
당시 박 전 대표 방독 초점은 같은 여성 지도자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회동(9월28일)에 맞춰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치열한 경선전을 앞두고 있던 박 전 대표가 ‘여성 지도자상’을 강조하기 위해 독일 메르켈 총리와 자신을 연결짓는 모양새를 보이려 했던 것이다.
이후 29일에는 베를린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에서 ‘독일과 한국, 함께 열어가는 미래’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통일 구상인 ‘밥상론’을 폈다. 박 전 대표는 “서양에선 음식 먹을 때 수프, 메인 요리, 후식 등이 단계적으로 나오지만, 한국은 밥상에 밥, 국, 찌개, 반찬 등을 한꺼번에 다 올려놓고 먹는다. 북핵 문제도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계적인 접근 방법도 좋지만, 한국인들에겐 한 상에 해법을 모두 올려놓고 포괄적으로 타결하는 방법이 익숙하다. 북핵 문제도 그런 식으로 해결한다면 북한도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와 한국이 공동출자해 50억달러 규모의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독일 방문 마지막날인 1일 저녁엔 프랑크푸르트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이 참석한 교민 간담회에 참석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한복 차림으로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는 “당내 대선 경선에 참여하려 한다”고 공식적으로 경선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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