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거듭된 인공섬 건설에 대응해 군용기와 군함 파견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중 간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참모들에게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부근에 건설하고 있는 인공섬으로부터 12해리 안쪽까지 미 해군 정찰기와 군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지만 해군 함정 투입까지 검토하는 것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백악관과 국방부에는 ‘중국의 인공섬 건설이 도를 넘었다’는 인식이 퍼져 있고, 단호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미국은 군함을 파견하지 않는다면 인공섬을 토대 삼아 영유권을 굳히려는 중국을 본의 아니게 돕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미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중국의 영유권 확장 주장이 더 거세지고 있다’며 여러차례 미국에 적극적인 조처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올해 들어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파상공세를 펴왔다. 미 국방부는 8일 발표한 ‘중국 군사·안보 발전’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이 지난해 12월부터 스프래틀리 군도 5개 섬의 전초기지 부지를 500에이커(200만㎡) 늘렸다”며 “비행 활주로와 정박 시설, 통신·정찰 시스템 등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엔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 사령관이 “중국이 남중국해 8개 섬에 도발적으로 군사기지를 건설했고, 향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수도 있다”고 했다. 3월엔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중국이 이곳에 모래장성을 쌓았다”고 말한 바 있다. 16일 중국을 방문하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중 압박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일본 자위대의 작전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아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했다. 여기에는 남중국해에서 일본 자위대에 중국 견제를 위임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실려 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힘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지난달 말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남중국해에서 1만1700여명의 병력과 90여대의 군용기를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일본과 필리핀도 12일 이 지역에서 첫 연합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중국은 불쾌감을 표시했다. 외교부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움직임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10일 “재난 구조, 어업 증진, 군사 방어 등의 목적을 띤 인공섬 건설은 중국 영토 안에서 이뤄지는 합법적인 일로 다른 나라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도 “양국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남중국해에 정찰기와 해군 함정을 투입하는 방안이 아직 백악관에 정식 제출된 것은 아니다”라며 “계획이 현실화하면 미-중 간 무력 시위로 이어져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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