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갈등으로 달아오르는 남중국해
남중국해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의 거침없는 인공섬 건설에 미국은 정권 수뇌부까지 나서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나섰다. 아시아 지역 주도권을 사이에 두고 중국의 밀어붙이기와 미국의 반격이 남중국해에서 본격적으로 충돌하는 불안한 신호들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군사적 대치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22일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도발적 행동을 함으로써 항행의 자유와 평화적인 분쟁 해결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며 “미국은 이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해 두려움없이 일어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은 △인공섬에 (군용) 활주로 건설 △원유 시추선 배치 △이웃 국가에 대한 일방적인 조업 금지 조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을 통해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중국의 움직임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아시아회귀전략에 따라 2020년까지 미 해군력의 60%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지금껏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비판한 미국 관료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미국은 이달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16일 방중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바다 아래있는 암초를 매립해 주권을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며 “중국이 긴장을 완화시키고 외교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조처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이 건설중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인공섬 12해리 안까지 미 해군 정찰기와 함정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케리 장관이 이런 발언을 했다. 앞서 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사령관들은 “중국이 불도저로 남중국해에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향후 중국이 인공섬을 토대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것이다”라며 중국이 인공섬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이 도넘은 주권 간섭을 한다며 일축한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비판이 나올 때마다 “인공섬 건설은 재난 대비와 어자원 확보, 군사적 안전 도모 등을 위한 다목적 사업이며 완벽히 중국의 주권 범위안에 속한 일”이라며 “미국의 태도는 지역 평화를 해치고 각 나라들의 갈등만 조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의 영토수호 의지는 반석과 같이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도 일제히 대미 공세의 톤을 높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23일 1면 평론에서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소란을 일으키기로 작정한 듯 하다“며 “미군 정찰기가 거듭 접근한다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깨지게 될 것이다. 미국의 호전주의자들이 정세를 오판하지 말고 양쪽 모두에게 해가되는 군사적인 모험을 즉각 멈춰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해역 주도권 싸고
중 밀어붙이자 미 ‘대반격’ 미 바이든 부통령, 인공섬 비판
“중국 도발적 행동 감행
미국, 평화 유지 위해 일어설 것”
초계기 띄워 정찰 비행 중국 “미국 도 넘은 주권 간섭
군사적인 모험 즉각 멈춰야”
원유 수송 바닷길 지키기 단호 미-중이 한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양국간 군사적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20일 해군 초계기인 P-8A 포세이돈을 스프래틀리 군도 근처 피어리크로스 환초(중국명 융수자오) 위로 보내 정찰비행을 했다. 이에 중국군은 “즉각 이곳에서 나가라”는 경고 방송을 8차례나 보냈다. 앞서 11일에는 미국 포트워스함이 같은 지역에서 해상 순찰을 하다가 중국군함과 조우하기도 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은 중국이 양국의 핵심 이익을 서로 존중하자며 중-미 관계의 원칙으로 제시한 ‘신형대국관계’의 전형적인 갈등 사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뒤 해양강국을 역설하며 대만, 신장, 티베트와 함께 남중국해 문제를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라고 강조한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에 남중국해는 원유 수송의 핵심 바닷길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중국은 이 해역을 통해 매일 540만배럴의 원유를 들여왔다. 중국은 지난해 5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부근 해역에서 원유 시추를 강행해 베트남과 대립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은 남중국해가 미국의 ‘아시아 회귀’ 혹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차단할 수 있는 주무대라고 여긴다. 중국의 한 국제문제 전문가는 “남중국해는 중국의 근해로 이곳은 안보 등 국익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2013년 11월 동중국해 방공식별 구역을 선포할 당시에도 중국이 미군 정찰기의 근접 정찰활동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짙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구나 남중국해는 시진핑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계획(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육·해상 실크로드 계획)’ 가운데 해상 실크로드의 길목이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인공섬 매립이 아시아 지역의 자국 주도권을 뒤흔드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라고 여긴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남중국해에 군함 투입을 검토하는 이유로 “아시아 동맹국들이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거듭 불만을 제기하며 적극적인 조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서는 아시아 동맹국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안보를 앞세운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쇠퇴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가뜩이나 미국은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57개 창립회원국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하자 ‘외교적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안보마저 밀리면 비켜설 데가 없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이에 미국은 지난달 27일 일본과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해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했는데, 그 첫번째 활동 지역으로 거론되는 것도 남중국해다. 일본을 앞세워 중국의 남중국해 활동을 견제하고 동맹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24일 “미국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중국이 아시아에서 자국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남중국해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면 아시아 동맹국에게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여긴다”며 “미국이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쑤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미국이 남중국해 공세 수위를 최근 부쩍 올리는 것은 중국이 아시아 주변국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 탓”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 갈등은 6월 미국에서 열리는 연례 미-중 전략경제대화와 9월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에서도 주요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중국해 갈등이 미-중 양국간의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자칭궈 원장은 “미-중이 남중국해의 몇몇 작은 섬들 탓에 부딪힐 가능성은 아주 낮다”며 “서로의 이익이 합치하는 점이 남중국해 갈등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케리 미 국무장관 역시 중국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 군함 투입과 관련해 “보도는 미국 정부의 결정이 반영된 것이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베이징 도쿄/성연철 길윤형 특파원 sychee@hani.co.kr
중 밀어붙이자 미 ‘대반격’ 미 바이든 부통령, 인공섬 비판
“중국 도발적 행동 감행
미국, 평화 유지 위해 일어설 것”
초계기 띄워 정찰 비행 중국 “미국 도 넘은 주권 간섭
군사적인 모험 즉각 멈춰야”
원유 수송 바닷길 지키기 단호 미-중이 한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양국간 군사적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20일 해군 초계기인 P-8A 포세이돈을 스프래틀리 군도 근처 피어리크로스 환초(중국명 융수자오) 위로 보내 정찰비행을 했다. 이에 중국군은 “즉각 이곳에서 나가라”는 경고 방송을 8차례나 보냈다. 앞서 11일에는 미국 포트워스함이 같은 지역에서 해상 순찰을 하다가 중국군함과 조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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