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시위 유혈진압 26주기인 4일 홍콩 시민들이 1989년 시위가 한창이던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의 사진을 담은 현수막과 당시 광장에 세워졌던 ‘민주의 여신상’을 본떠 만든 조각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밤 홍콩에서는 천안문 사태를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해 가을 홍콩에서 중국의 개입 없는 행정장관 직선제 선거 요구 시위 이후 홍콩인이 천안문 시위를 더 중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중국 당국은 올해 촛불시위에 더 민감하게 대응했다. 홍콩/AP 연합뉴스
4일 천안문(톈안먼) 시위 유혈진압 26주기를 맞은 베이징엔 종일 비가 내렸다.
이날 둘러본 천안문 광장은 비 탓인지 평소보다 관광객들이 적었다. 26년 전 민주화 열기로 들끓었던 천안문 광장 남쪽 인민영웅기념비 주변과 군이 처음으로 시위대와 시민을 향해 발표해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난 무시디역 주변은 공안과 무장경찰, 사복경찰들이 일상적인 검문을 하는 정도였다. 중국 국내적으로는 공산당 정권 수립 뒤 최악의 수상 참사인 양쯔강 여객선 전복 사고, 국제적으로는 미국과의 첨예한 남중국해 갈등 탓에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도 예년에 견줘 떨어진 분위기다.
천안문 사태에 대해 “1980년대 말 일어난 정치적 풍파로 이미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며 재평가를 일축한 중국 당국은 올해도 비판적인 인권운동가나 정객들을 단속했다. 일부 인사들은 가택 연금시켰고, 일부 인사들은 공안 당국자와 함께 ‘강제 휴가’를 보냈다. 인터넷에서도 천안문 사태 관련 검색을 차단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천안문 사태의 재평가와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홍콩에서는 천안문 사태 추모 촛불집회가 벌어졌다. 이날 밤 빅토리아 공원에서 벌어진 집회에는 수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홍콩에서는 1990년부터 추모 집회가 열렸고, 지난해엔 18만여명이 참여했다.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3일 성명에서 “자유와 민주는 여전히 중국 인민의 공통적인 소망”이라며 “중국 정부가 화합을 위해 용기있게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천안문 사태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천안문 어머니회’는 2일 성명을 내어 “여전히 천안문 사태 희생자들이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자오쯔양 전 총서기의 비서이자, 올해도 당국에 의해 ‘강제 휴가’ 를 떠나야 했던 바오퉁은 3일치 <뉴욕 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덩샤오핑은 군을 동원해 반부패와 (정치)개혁을 외치는 다수의 인민들을 탄압했다. 이후 사람들은 언론의 자유를 잃었고, 개혁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주도한 경제 자유화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경제적 이윤 창출로 돌리고, 열매는 권력에 따라 배분됐다”며 “중국이 이윤 창출과 경제성장률(GDP) 올리기라는 덩샤오핑 노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부패를 발본색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많은 이들이 당 지도부가 자발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길 바라지만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며 천안문 사태 재평가 가능성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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