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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희토류 업계 ‘아 옛날이여’

등록 2015-06-07 19:51수정 2015-06-08 15:00

2010년 중-일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 이후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압박카드를 썼고, 이후 중국은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2012년 6월 쑤보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희토류 과잉 채굴에 따른 환경파괴 실태를 담은 사진을 보여주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2010년 중-일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 이후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압박카드를 썼고, 이후 중국은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2012년 6월 쑤보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희토류 과잉 채굴에 따른 환경파괴 실태를 담은 사진을 보여주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센카쿠 분쟁때 일본 굴복시킨
17종 희귀금속 가격 계속 하락
중국 과잉공급·각국 수입처 다변화
중국 공급 점유율 98%서 89%로 감소
중국 업체 통폐합에도 가격 더 내릴듯
2010년 9월,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의 무인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일본이 영해를 침범한 중국 어선의 선장을 나포하면서 갈등이 정점을 치달았다.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대치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 등 강경 대응으로 몰아붙이자, 일본이 중국 어선 선장을 석방하는 백기를 든 것이다. 양국간의 갈등을 일거에 정리해버린 희토류는 자원 무기화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5년 뒤, 귀한 몸이던 희토류의 위상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희토류는 란탄, 스칸듐, 이리듐 등 17종의 희귀 금속원소를 일컫는다. 화학적 성질이 매우 안정적이고 전도율이 높아 스마트폰과 2차전지, 광학 렌즈 등의 첨단 전자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고성능 자석의 원료인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의 5월 국제가격은 각각 1㎏당 66달러와 350달러 안팎으로 형성됐다. 이는 전달보다 20~30% 하락한 수준이다. 5년 사이 최저 가격이다. 중-일 간 센카쿠열도 분쟁이 격화하기 전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희토류의 가격 하락에는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 제한 조처 해제가 크게 작용했다. 중국에는 전세계 희토류의 3분의 1가량이 매장돼 있다. 그러나 생산량으로는 전세계 공급량의 90% 안팎을 차지한다. 그런데 지난 1월 중국 상무부가 희토류 수출 쿼터를 폐지했다. 1997년 이후 18년여 만이다. 이어 5월엔 재정부가 “희토류에 부과해온 25%의 수출세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2009년 ‘천연자원과 환경을 보호한다’며 수출세를 신설한 뒤 6년여 만의 조처다. 장융 중국 국가전략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조처는 지난해 8월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 일본 등이 ‘희토류 수출 제한 조처는 위법’이라고 제기한 제소를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조처 이전에도 희토류의 국제 시장 가격은 2010년 정점을 찍은 뒤 몇년 사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중국에서는 희토류 가격 상승 붐을 타고 개인들이 무분별하게 채굴에 나선 탓에 공급량이 수요량을 넘는 과잉공급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은 2010년 이전까지 국가가 정한 희토류 쿼터양을 대부분 수출했지만 2012년에는 쿼터양의 절반가량도 수출하지 못했다.

게다가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갈등 당시 중국의 희토류 자원 무기화를 목격한 세계 각국은 저마다 중국에 대한 희토류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수입처 다변화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오스트레일리아 광산업체인 라이너스를 지원해 말레이시아 희토류 제련 공장을 설립했다. 미국 역시 2013년 9월 하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광물자원의 국내 채굴사업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의 산업분석 전문기관인 첸잔산업연구원은 “2010년 98%까지 치솟았던 중국의 세계 희토류 시장 공급 점유율이 2012년과 2013년 각각 86%와 89%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희토류의 희소성과 가격이 날로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희토류 업계 통폐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 국토자원부는 지난달 14일 수백개가 난립한 중국 내 희토류 채굴업계의 구조조정을 통해 지역별로 6개의 대형 희토류 업체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쌍바이촨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국제경제연구원장은 “국제 희토류 가격 하락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공급 과잉과 과열 경쟁이다. 가격 협상력을 높여야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전망이 밝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희토류 가격이 2010년께 꼭짓점을 찍었고, 다시 이 값을 회복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지속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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