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리커창 만날 예정
‘인권 현안 침묵’ 깰지 관심
‘인권 현안 침묵’ 깰지 관심
‘아웅산 수치가 과연 류사오보 감금을 비롯한 중국의 인권 상황에 입을 열 것인가.’
중국 공산당의 초청으로 10일부터 닷새 동안 중국을 방문하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민족민주동맹(NLD) 의장의 발언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그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다. 그는 올해 10월과 11월 각각 치러지는 미얀마 총선과 대선의 판도를 좌우할 유력한 야당의 지도자다. 중국이 인권 증진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타국의 야당 정치인을 초청한 것은 처음이다. 아웅산 수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만날 예정이다.
국제 사회의 시선은 이번에도 인권 현안에 관한 ‘수치의 침묵’이 이어질지에 쏠린다. 수치는 최근 미얀마의 소수 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자국 정부의 탄압과 ‘보트 피플’ 사태 관해 “폭력이란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며 양비론을 폈다. <허핑턴 포스트>는 “아웅산 수치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 그가 득표수를 따지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 타임스>도 “2010년 11월 가택연금 해제 뒤 인권 문제에 관한 아웅산 수치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홍콩 <명보>는 “이번 방중이 민주의 상징인 그를 도덕적 시험대에 올려놨다”고 했다.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친구인 중국 인권운동가 후자는 <로이터>에 “만일 아웅산 수치가 감옥에 갇혀 있는 류샤오보의 석방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문(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섰던 류샤오보는 아웅산 수치의 가택연금이 풀린 한달 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확정됐다.
외교 전문가들은 아웅산 수치의 이번 방중이 중국과 미얀마 양국의 정치·외교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헨리 엘 스팀슨센터의 윈쑨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중국은 연말 집권이 유력한 아웅산 수치의 민족민주동맹과 관계를 긴밀히 할 필요가 있고, 아웅산 수치 역시 미얀마의 최대 투자국인 중국과의 우호 강화를 통해 정치적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으로선 미얀마가 갈수록 미국과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고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의 테인 세인 정권은 집권 직후인 2011년 중국이 투자한 미트소네 댐 건설 사업을 중단하는 등 중국 편향적이던 외교 정책을 수정하고 서방과의 관계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중국 방문길에 오른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가 10일 양곤 국제공항에서 지지자의 꽃을 받고 있다.
양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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