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융캉 전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중대 국가기밀을 누설한 상대가 역술인으로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우융캉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톈진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11일 판결문에서 “저우융캉이 국가기밀법을 위반해 5건의 극비 문건과 1건의 기밀 문건을 차오융정에게 건넸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밀이 누설된 뒤 특별한 후환을 초래하지 않았다”며 이 혐의에 관해선 4년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중국 경제 전문매체인 <차이징>과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은 차오융정이 ‘신장의 현자’, ‘국사’, ‘인맥의 황제’ 등의 별명으로 불린 역술인이라고 전했다. 1959년 산둥성 칭다오에서 태어난 그는 이후 신장위구르자치구로 옮겨가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후 출판사와 위성텔레비전 방송국, 식품회사 등을 전전한 차오는 1990년대부터 베이징 등 중국 전역을 돌며 점술과 불치병 환자 치료 등으로 중국 정·관·재계 인사들의 환심을 샀다. 특히 1993년엔 ‘베이징이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할 것”이라고 한 말이 들어맞으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석유방의 거두이던 저우융캉을 등에 업고 2005년엔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출신 인사들과 함께 신장과 지린성의 유전을 개발하는 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저우융캉은 주변에 그를 “내가 가장 믿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차오융정은 저우융캉이 낙마하자 지난해 대만으로 도피하려다 체포됐다. <로이터>는 “저우융캉 뿐 아니라 그의 측근으로 낙마한 리춘청 전 쓰촨성 부서기도 ‘봉건, 미신 숭배’ 혐의가 있었다”며 “중국공산당 고위직들이 미신, 신비주의를 신봉하는 현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저우융캉의 무기징역형에 관해서는 중국의 정치 전문가들은 예상외로 가벼운 처벌이라며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홍콩의 중국정치평론가인 린허리는 “대부분은 사형 혹은 사형집행 유예 정도를 예상했다”며 “예상보다 낮은 형량은 당내 단결을 다지려는 시진핑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이미 상무위원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법정에 세운 것만으로도 시진핑은 큰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라고 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일 평론에서 “그 누구도 헌법과 법률을 능가하는 특권을 지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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