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길목’ 지역 정세 불안정
500만명 교민·자산 보호 필요 상황
‘올해말 집권 유력’ 수치 국빈 초청
아프간·탈레반 협상 중재자 역할
남수단에 보병 파견 등 징후 ‘곳곳’
500만명 교민·자산 보호 필요 상황
‘올해말 집권 유력’ 수치 국빈 초청
아프간·탈레반 협상 중재자 역할
남수단에 보병 파견 등 징후 ‘곳곳’
“500만명에 이르는 국외 교민과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국외 투자는 중국의 불간섭 외교 근간을 흔들 것이다.”
1950년대 이래 중국 외교의 근간으로 꼽혀온 ‘상호 내정 불간섭’ 원칙이 일대일로 구상(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잇는 중국 중심의 경제벨트 구상)의 영향으로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15일 기사에서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중앙아시아와 인도양, 중동과 유럽에 대규모 사회간접시설 투자를 하려 한다. 2013년 이미 1080억달러(122조원)에 이른 국외 투자는 향후 급증할 것”이라며 “중국은 국외에 있는 교민 안전과 투자자산 보호를 위해 좀더 적극적인 (외교적) 접근을 해야할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일대일로의 길목인 중앙아와 아프리카, 중동 지역은 각종 분쟁과 내전 등으로 정세가 불안정하다. 중국은 그동안 상호 내정 불간섭 원칙을 방패삼아 타국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는 대신 국내 공산당 통치의 안정과 경제 성장에 힘을 쏟아왔다.
중국의 상호 불간섭 원칙이 허물어지는 모습은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민족민주동맹(NLD) 의장 초청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오는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력 야당의 지도자인 수치를 초청해 국빈급 환대를 했다. 수치에게 힘을 실어주는 한편, 집권 가능성이 높은 야당과도 미리 우호관계를 다지려는 셈법이 담긴 초청이었다. 미얀마는 육·해상 실크로드가 모두 지나가는 나라다. <블룸버그>는 “(중국 지도자는 외국 야당 지도자를 좀체 만나지 않는) 금기까지 깰 만큼 외교정책이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또 최근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 반군 사이의 평화협상 중재자로 나서며 외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남수단 내전에도 전과는 다른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을 설득해 남수단에 평화유지군 주둔 연장을 주도했고, 지난 연말엔 700여명의 보병을 파견했다. 자원 확보가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1995년부터 수단에 투자해 온 중국은 수단과 남수단에서 나오는 원유의 8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국외 투자 확대로 늘어난 중국 교민들도 중국의 외교 정책을 돌이켜보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까지 외국에 나가 있는 중국인은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교민 사고도 늘어 2004년부터 10년 사이 80여명의 중국인이 외국에서 숨졌다. 중국은 4월 예멘 사태 당시 사상 처음으로 중국 해군 함정을 보내 600여명의 교민, 주재원을 대피시켰다. 중국은 국방백서에서도 ‘해외에서의 이익 수호’를 군대의 주요 임무로 명시했다.
덴마크의 아시아 문제 전문가이자 외교관인 요나스 파렐로 플레스너는 “일대일로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외 교민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중국에 매우 중요한 장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팡중잉 광저우 중산대 교수는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대일로 구상이 중국 외교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외교는 기득권을 가진 미국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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