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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대만, 첫 ‘여성 총통’ 예약…중국의 선택은?

등록 2015-06-21 13:59수정 2016-04-06 17:24

‘친중 성향’ 국민당 훙슈주
유력 후보들 고사에 단독 경선
‘신데렐라’ 탄생 눈앞

‘독립 성향’ 민진당 차이잉원
지난 선거 패배 딛고 재도전
‘선거의 여왕’의 귀환

14대 대만 총통 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초유의 여성 총통 후보간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대중국 정책을 두고 친중 성향의 국민당과 독립 성향의 민진당의 한판 승부인 까닭에 양안관계에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국민당의 집권 연장을 바라며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최초의 여성 총통 대결 유력

내년 1월16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는 1996년 3월 총통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여성 후보간 대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국민당 소속 훙슈주(67) 입법원(의회) 부원장은 14일 당내 경선 단독 후보 자격을 얻었다. 훙 부원장은 이날 발표된 설문조사에서 46%의 지지율을 얻어 경선 후보 자격 요건인 지지율 30%를 넘었다. 그에겐 다음달 19일 전당대회 추인과 당내 왕진핑 입법원장 지지파 포용이라는 관문과 과제가 남았다. 양웨이중 국민당 대변인은 “전대에서 훙 부원장이 최종 대선 주자로 추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훙 부원장은 국민당의 다크호스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가 총통 후보자로 부상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국민당의 유력 후보자들이 잇따라 출마를 고사하면서 그에게 기회가 왔다. 친중국 노선을 고수해온 국민당은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했다. 국민당은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한 전국 6개 직할시와 현·시 등 22개 단체장 선거에서 단 6석밖에 건지지 못했다. 반면, 제1 야당인 민진당은 13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국민당으로선 1949년 중국 대륙에서 대만으로 쫓겨온 뒤 65년 만의 최악 참패였다.

이 여파 탓에 국민당의 유력 총통 후보들은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 나섰던 롄잔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 롄성원 후보는 무소속 커원저 후보에게 17%포인트 차이로 져 나가떨어졌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국민당 주석직에서 물러난 마잉주 현 총통을 대신하게 된 주리룬 주석은 일찌감치 “당 개혁과 단합을 위해 전념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민당의 유일한 희망으로 일컬어져온 정치인이다. 주 주석과 함께 유력한 총통 후보로 꼽혔던 왕진핑 입법원장과 우둔이 부총통 등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통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마잉주 총통은 “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답답함 섞인 역정을 내기도 했다.

이런 인물난 속에서 훙 부원장은 올해 초 일찌감치 당내 경선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작은 빨간 고추’라는 별명처럼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한 뒤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국민당에 입당했을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41살이 되던 1989년 입법위원 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뛰어든다. 2007년 당 주석 선거에 출마해 낙선하기도 했던 훙 부원장은 2012년엔 대만 사상 최초의 여성 입법원 부원장이 됐다.

야당인 민진당은 4월 일찌감치 차이잉원 주석을 총통 후보자로 선출했다. 그로선 두번째 총통 선거 도전이다. 2008년 5월 민진당 최초로 여성 주석이 된 그는 2012년 총통 선거에 나섰지만 국민당의 마잉주 현 총통에게 6%포인트 차이로 져 고배를 들었다. 비록 자신의 총통 선거에선 패배했지만 그는 민진당 주석 시절 각종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차이 주석은 같은 당 출신 천수이볜 전 총통의 부패와 투옥으로 1986년 창당 뒤 최대 위기에 몰린 민진당을 구해낸 여성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법학 교수 출신인 그는 장관급인 대륙위원회 주임과 부총리 격인 행정원 부원장을 지내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엘리트 코스를 걸었지만 소탈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는 5월29일부터 6월9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대선 주자로서의 외교적 위상을 다졌다.

정당 지지율은 민진당이 우세다. 대만 <연합보>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진당 지지율이 58%였던 반면 국민당 지지율은 10%에 불과했다. 그러나 총통 후보 여론조사 수치는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대만정치대 시장예측센터의 여론조사 결과, 차이잉원 주석은 50.2%의 지지율을 얻어 29.2%에 그친 훙슈주 부원장을 크게 따돌렸다. 하지만 대만 <티브이비에스>(TVBS)의 여론조사에서는 훙 부원장이 41%의 지지율을 기록해 38%를 기록한 차이 주석을 근소하게 앞섰다.

■ 밀월에서 갈등으로 바뀐 양안관계 변수

대만 선거에선 중국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도 대만 총통 선거의 최대 화두가 대중 관계일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대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40%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나왔다. 교역 규모는 지난해 1983억달러(214조원)에 이르렀다. 마잉주 총통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를 통해 집권 기반을 다졌다.

대만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의 밀월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후 지난해 3월까지도 순풍을 탔다. 2013년 2월과 6월 대만 국민당의 롄잔, 우보슝 명예주석이 잇따라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회동했고, 지난해 2월엔 중국 난징에서 양안 분단 이후 65년 만에 첫 장관급 회담이 열렸다.

하지만 국민당의 친중국 정책은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대만 대학생들은 지난해 3월 중국과의 급격한 경제 협력 확대가 대만 경제를 중국에 예속시키고 자신들의 미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며 20여일 동안 대만 입법원을 점거하는 ‘해바라기 운동’을 벌였다. 지난해 10월 홍콩을 휩쓴 행정장관 자유직선제 요구 시위도 대만인들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한껏 키웠다. 중국 정부는 홍콩뿐 아니라 대만에도 관련되는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 원칙을 내세워 홍콩인들의 민주화 요구를 묵살했다. 현지 주민의 고도의 자치를 뼈대로 하는 일국양제는 홍콩 ‘우산 시위’ 과정에서 ‘공산당의 고도의 통제’라는 맨얼굴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와 관영 언론들은 당시 “홍콩 민주화 요구의 배후에는 중국을 적대시하는 서방 세력의 개입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대만인들은 ‘중국과의 통일=자치권 없는 공산당의 통치’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홍콩에서 우산 시위가 벌어지고 있을 때 대만에서는 수천명의 시민이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더구나 시진핑 주석 집권 뒤 공산당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서구 보편사상 비판과 언론 통제는 대만인들의 우려를 더욱 키웠다.

홍콩 시위 뒤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이전 밀월 시기에서 많이 후퇴했다. 2월 대만 진먼섬(금문도)에서 열기로 했던 3차 양안 장관급 회담은 중국의 일방적인 대만해협 항공기 노선 신설 방침이 알려지면서 석달 뒤인 5월에야 열렸다. 당시 회담장 밖에서는 반중 시위대가 “중국이 대만을 사들이겠다는 책략을 중단하라”는 표어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항의했다. 이 회담이 열리기 전엔 마잉주 국민당 정권의 양안 협상을 주도했던 ‘지중파’ 왕위치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주임이 사퇴하기도 했다.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대만 가입 여부를 두고도 양쪽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대만이 ‘중화타이베이’라는 국호로 가입을 신청하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감한 양안관계에 대해 훙슈주 부원장은 당론에 입각한 분명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훙 부원장은 최근 당내 경선 연설에서 “중국에서 이탈하고 분리하려는 이념은 대만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 이는 대만의 고립화를 가속할 수 있고, 국내 정치적으로도 더욱 분열과 극단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차이 주석은 3일 미국을 방문해 “내년 집권하게 되면 중국 본토와의 평화와 안정성에 무게를 둘 것”이라며 민진당의 전통적인 대만독립론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한 대만 정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현재까지 중국과의 양안관계에 대한 차이잉원의 태도가 모호해, 마치 ‘쿵신차이’(공심채·중국요리에 널리 쓰이는 줄기 속이 빈 채소) 같다”며 “일단 대선 운동에 들어가면 ‘매운 고추’(훙슈주)가 쿵신차이(차이잉원)를 들볶아 밀어붙이는 연극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대만 총통선거 개입 움직임

중국도 현재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국민당 정권이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 지도부한테 민진당의 집권 가능성은 당혹스럽다. 가급적이면 국민당 재집권을 바라는 중국은 조심스레 국민당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는 18일 “대만인의 중국 방문 시 요구해온 입경허가증(비자)을 7월1일부터 면제하기로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앞서 위정성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14일 푸젠성 샤먼시에서 열린 양안 제7차 해협포럼 개막식에서 “양안 동포 사이의 교류 확대를 위해 대륙을 오가는 대만 동포들에게 입경허가증을 면제해주고 조속한 시기에 카드 형태의 대만 동포증을 발행하겠다”며 “대만 독립 및 분열 세력의 활동이 양안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동포간 교류와 결합을 방해하는 최대 장애물이다. 우리는 대만 독립과 분열 세력의 방해와 파괴에 결연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사업하거나 왕래가 잦은 국민당 지지 성향의 대만인들에겐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독립 추구 세력엔 강력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로이터>는 “위정성 주석의 발언은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지난달 초 시진핑 주석은 주리룬 대만 국민당 주석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났다. 대만 국민당 현직 주석과 중국 공산당 주석의 만남은 2009년 5월 후진타오-우보슝 주석 회동 뒤 6년 만이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양안이 손잡고 운명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양안 젊은이들이 좋은 동반자로 성장해야 한다”며 대만 젊은층의 반중 감정을 누그러뜨리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회동을 두고 시 주석이 국민당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대만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발휘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대만의 반중 감정이 높은 상태에서 중국의 노골적인 국민당 밀어주기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에 중국은 행보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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