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미국 내 R&D 센터만 7곳
중국 비해 고급 인력 많은 점 활용
특허 3년전에 견줘 갑절 이상 늘어
첨단 기술 개발로 회사들 전략 변화
향후 산업스파이 문제로 번질 수도
중국 비해 고급 인력 많은 점 활용
특허 3년전에 견줘 갑절 이상 늘어
첨단 기술 개발로 회사들 전략 변화
향후 산업스파이 문제로 번질 수도
중국계 제약회사인 휴먼웰은 미국 뉴저지주에서 연구개발(R&D)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5000만달러(550억원)가 넘는 돈을 투자해 수십명의 미국인 연구원을 채용하고 있다.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 사이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이 회사는 기술 투자를 통해 승부를 보려 한다. 휴먼웰은 큰돈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보다는 주사용 약품의 알약화 등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한 만큼 성과도 적지 않다. 이 회사는 소속 연구원들을 활용해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4건의 기술 관련 특허를 따냈다. 빈센트 샹 대표는 21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기술 혁신 없이는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우리는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낮은 기술력과 단순한 모방(짝퉁) 등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던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해 연구개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값싼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기술 개발로 중국 기업들의 전략이 본격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전세계의 투자를 받던 대상에서 이제 투자를 하는 주체로 위상도 바뀌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 기업들이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국 안에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일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었지만 이제는 낯설지 않다”며 “중국의 정보기술 기업인 화웨이와 제트티이(ZTE) 등이 미국의 우수한 연구인력들을 활용해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인프라 등에서 각종 특허를 창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미국에 이미 6곳의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다. 화웨이는 연구소에서 개발한 광섬유 신호 관련 특허를 자사의 100여개 신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샤오미나 텅쉰(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의 주목받는 정보기술업체들이 최근 3년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망 벤처회사에 투자한 액수는 3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지난해 최소한 1명 이상의 미국인 연구개발 인력이 참여한 중국 기업의 특허 건수가 910건에 달했다”며 “이는 3년 전에 견줘 2배 이상이나 늘어난 수치”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연구개발센터는 특허 생산 기지 구실을 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루려는 선진 경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을 연구개발 투자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중국에 비해 고급 연구인력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의학, 공학, 과학 등 각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만 8만여명에 이른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국 기업의 외국 진출 장려와 특허 개발 전략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연구개발과 관련한 장비나 시설을 구입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금 공제 혜택을 확대했다. 중국은 지난해 연구개발에 모두 1조3312억위안(약 240조원)을 투자했다.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정책 등을 축으로 삼아 침체에 빠진 자국 산업의 외국 진출도 독려한다. 중국 상무부는 “올해 5월까지 금융 부문을 제외한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나 늘어난 2784억위안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전체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은 14.1%였다. 중국 기업들은 올해 5월까지 46개국에 48억달러를 투자했다. 시진핑 정부는 외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막대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붐을 타고 미국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직접 투자한 액수는 2013년 143억달러에 이어 지난해에도 119억달러를 기록해 2년 연속 100억달러를 넘었다. 특허 개발에도 적극적이어서, 중국은 2020년까지 대체에너지, 광대역 기반시설, 반도체, 생명공학 등 7개 분야의 특허 취득을 비약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 비용을 지난해 1.75%보다 높은 2.2%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 기업들의 활발한 연구개발 및 직접투자 확대는 미국 내 고용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미국인은 8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수치는 경제 덩치에 견줘 큰 규모가 아니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이 고용한 미국인이 1만5000명도 안 됐던 것을 생각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로이터>는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연구개발 투자가 과열된다면 두 나라 사이의 또다른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일부 중국 기업은 미국 내 자체 기술개발 연구소를 키우기보다는 경영난에 처한 미국 기업들의 소유권과 특허권을 한꺼번에 인수하기도 한다”며 “자칫 향후 산업스파이 문제와 관련해 갈등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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