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빚내 묻지마 투자
당국 대책은 오락가락
5월 한달 1200만개 신규계좌 신설
지난달 초 조정국면 들어서자
빌린돈 못갚아…반대매매 쏟아져
정부 잇단 부양대책 제시에
시장은 ‘빠져나갈때’ 메시지 판단
상하이지수 3주만에 30% 폭락
당국 대책은 오락가락
5월 한달 1200만개 신규계좌 신설
지난달 초 조정국면 들어서자
빌린돈 못갚아…반대매매 쏟아져
정부 잇단 부양대책 제시에
시장은 ‘빠져나갈때’ 메시지 판단
상하이지수 3주만에 30% 폭락
중국 당국의 거듭된 부양책에도 중국 증시가 계속 추락하고 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 과잉과 신뢰를 잃은 중국 당국의 조처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상하이지수는 신규 상장사수 제한, 주요 증권사들의 우량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라는 중국 당국의 부양 조처에도 전날보다 1.29% 떨어진 3727.12로 마감했다. 6월12일 5178.19까지 치솟은 이후 약 3주 만에 약 30% 폭락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은 빚을 내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신용거래 함정이 중국 증시를 폭락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9000만명 가량의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 해상 실크로드를 잇는 경제벨트) 계획 구체화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리커창 총리의 창업 장려 정책에 기대를 품고 주식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건설, 에너지, 벤처 등의 주식에 마구 투자가 몰렸다.
증권사들도 “이건 시작일 뿐”이라며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를 부추겼다. 5월 한달에만 1200만개의 신규 증권 계좌가 신설될 정도였다. 대부분은 신용거래 제도를 이용해 증권사들로부터 빚을 내어 주식에 투자했다. 중국 내외신들은 “신용거래 규모가 2조위안(384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증시가 폭등세를 멈추고 지난달 초부터 조정 국면에 들어가자 문제가 생겼다. 투자자들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증권사들이 반대매매(주식을 강제로 파는 것)에 나서면서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난징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한 30대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주식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정보 없이 자주 가는 미용사의 권유에 따라 주식에 투자했다가 32%나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는 “주가 폭락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30여명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도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증권당국은 6월초 증시가 이상과열되자 신용거래를 억누르는 조처를 취해오다 주가가 폭락하자 다시 주식 신용거래를 완화했다. 또 연기금의 주식 투자 허용, 거래수수료 인하 등의 조처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투자자들은 인민은행이 지난달 말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7년여 만에 동시에 내리고 증권당국이 곧이어 증시 부양 대책을 내놓자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주식 시장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투자자 우아무개는 “인민은행과 당국이 다급하게 대책을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투자자들은 정부도 당황하고 있다고 여겨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악순환이다”라고 말했다. 6월에 대거 몰린 신규 기업공개(IPO)도 유동성 경색을 일으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투자자들이 이미 보유한 주식을 팔고 대거 기업공개 청약으로 갈아탔다. 6월 한달 동안 증시에서 신규 기업공개로 빠져나간 자금이 614억위안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리커창 총리의 증시를 통한 투자금 마련 →벤처 창업 활성화→경제 구조조정이라는 구상이 기대와 달리 벤처 거품과 실적 부진 탓에 좌초하면서 증시가 추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리융썬 인민대 금융증권연구소 교수는 “증시가 폭등할 때 가려졌던 문제들이 이제야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도 때를 놓친 탓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추락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붕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리커창 총리는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회 세계화교기업인 대표 대회에 참석해 “각종 위험과 도전에 대응해 건강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믿음과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리 총리가 향후 더 적극적인 증시 부양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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