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얼둬쓰시 잉여 부동산 사들여 ‘유령도시’ 탈출
6곳 지방정부, 부동산 시장 안정화·건설사 구하기
6곳 지방정부, 부동산 시장 안정화·건설사 구하기
중국 네이멍구에 위치한 어얼둬쓰. 전통의 탄광 도시였던 어얼둬쓰는 이제 유령도시로 유명하다. 1990년대 들어 희토류와 석탄 개발이 붐을 이루면서 도시는 번성했고, 넘치던 돈은 부동산 개발로 흘러들었다. 고층 빌딩과 아파트, 널찍한 도로가 하루가 다르게 건설됐다. 하지만 도시는 탄광 산업이 서리를 맞으면서 급격히 오그라들었다. 수많은 아파트와 각종 빌딩들은 주인을 찾지 못했고, 밤이 되면 인적이 끊기다시피 하는 유령도시가 되어버렸다. 부동산 공급은 넘쳐났지만 수요는 턱없이 못 미쳤다. 급기야 어얼둬쓰시는 지난해 향후 3년 동안 신규 부동산 개발을 묶는 조처를 발표했다.
이런 어얼둬쓰시가 올해 4월부터 유령도시 오명을 벗으려 직접 나섰다. 시 정부가 남아도는 부동산을 사들여 지역의 극빈층에 임대주택을 분양하고, 공공건물로 쓰기로 한 것이다. 어얼둬쓰시는 4~5월 두달 사이 8개 부동산 개발업체들로부터 3660여채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매입 가격은 1㎡당 2766위안(53만원)에서 3612위안(69만원). 시중 가격보다 최대 52%가량 낮은 가격이었다. 어얼둬쓰시의 당국자는 <로이터>에 “매입 효과를 보고 필요하다면 추가로 부동산 매입에 나설 작정”이라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직접 부동산 과잉 공급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어얼둬쓰시뿐만이 아니다. 올해 최소 6곳의 지방정부가 시범적으로 공급 과잉인 부동산을 직접 매입해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는 조처를 시행하기로 했다. 부동산 공급 과잉은 중국 경제의 불안정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까지 공급 과잉인 부동산 면적이 657㎢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2년 사이 최고 수치다. 이 면적은 싱가포르 전체 면적과 맞먹는다.
지방정부는 직접 미분양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3가지 효과를 노린다. 우선 부동산 경기침체 탓에 파산 위기에 처한 건설, 개발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매입한 부동산을 지역 내 극빈층에게 저가에 임대해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주젠팡 시틱증권(중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거둬 부동산 재고가 줄어든다면 이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약하나마 중국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꾀하려 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중국 지방정부는 ‘당국이 나서 주택 재고를 줄인다면 부동산 시장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됐다. 중국 주요 도시의 평균 주택 가격은 5월 13개월 만에 처음 반등했다. 중국 당국이 4차례 기준금리를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완화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6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전국 10대 대도시 평균 신규주택 가격은 1㎡당 1만9357위안으로 5월보다 1.09% 올랐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방정부의 시책에 물음표를 다는 견해도 많다.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부동산 재고를 줄이는 데 얼마 정도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안 될 것”이라며 “정부가 최대 시가보다 52%나 낮게 부동산을 사들이는데 이런 손해를 감수하고 정부에 부동산을 팔려는 업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시장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렸다가 시장에 부동산을 내놓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이미 중국 지방정부는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다. 아무리 싼값에 부동산을 사들인다고 해도 이는 부채 부담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싱가포르 면적만한 부동산 공급 과잉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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