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격인 링지화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이 사법기관에 이송됨으로써 시진핑 주석의 부패척결 1단계가 일단락됐다. 중국 정가에서는 사정작업이 처벌에서 예방 차원으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일 밤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회의를 열어 링지화의 당직과 공직을 모두 박탈하는 쌍개처분을 내리고 범죄혐의는 사법기관으로 넘겨 의법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링지화가 직무를 이용해 사익을 챙기고, 스스로 또는 가족을 통해 거액의 뇌물을 받는 등 당 규율을 심각하게 위반했다. 특히 당과 국가의 핵심기밀을 대량으로 수집하고, 여러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권색교역(權色交易)’을 저질렀다”고 혐의를 보도했다.
링 전 부장은 지난해 12월 부정부패 혐의로 낙마한 뒤 7달여 만에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명보>는 “혐의 가운데 당, 국가의 ‘핵심’ 기밀을 수집했다는 부분은 ‘당과 국가의 기밀을 누설했다’는 저우융캉의 혐의보다 더욱 엄중하다”며 “링지화 재판 역시 기밀 보호 차원에서 저우융캉 재판처럼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은 6월 재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비서실장격인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내며 ‘대내총관(對內總管·대내 업무 총책임자)’로 권세를 떨쳤던 링지화는 2012년 3월 아들 링구가 젊은 여성을 태운 채 고급 스포츠카 페라리를 몰다 교통사고가 난 뒤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후 그는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함께 시진핑 주석의 집권에 반대한 ‘신 4인방’으로 분류돼 추락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사설과 평론을 통해 당의 부패 척결 의지를 추어올리고 있다. <인민일보>는 “공산당과 부패는 물과 불처럼 섞일 수 없다. 당이 링지화 처벌을 통해 뼈를 깎고 독을 치료하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링 전 부장 처벌을 계기로 2년 반에 걸친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국 소식통은 “링 부장 처벌로 ‘신4인방’으로 대표되는 정적들과 고위 부패관료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사냥은 일정 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효과도 충분히 거뒀다”며 “시 주석이 9월 항일 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과 10월 5중전회를 앞두고 처벌보다는 내부 단결을 강조하면서 반부패 정책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