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모토 유키오 일본 미쓰비시 머티리얼 사외이사가 22일 도쿄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2차대전 시기에 강제노역에 동원된) 영국과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전쟁포로에게도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2차대전 시기 강제노역에 동원한 미군 전쟁포로들에게 사과한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중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보상에도 합의했지만,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배상은 거부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중국 여론 달래기…한국엔 선 긋기
일본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23일 2차대전 당시 이 회사에서 강제노역을 한 중국인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보상을 하기로 합의한 배경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 중인 아베 정권의 의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 대중 관계 개선 추진에
우호 분위기 조성 차원 보상 합의
“법적으로 달라” 한인 보상 거부
“한일협정으로 매듭” 입장 고수 일본 시민단체인 강제연행기업책임추궁재판 전국네트워크의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은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본에서 기업이 이런 결정을 내리면 대번 우익들의 공격을 받는다. 때문에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자민당 등과 ‘네마와시’(사전 조정)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거대한 중국 시장에 대한 고려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민간관계자와 일본 기업 사이의 민사소송에 대해 정부가 코멘트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며 이번 사안을 묵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강제노역에 동원했던 미국·중국인들에겐 사과·보상의 뜻을 밝혔지만,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배상은 거부하고 있다. 미·중과 한국의 사례는 “법적으로 다르다”는 논리다. 일본은 옛 식민지배 시기 조선인에 대한 강제동원은 1938년 도입된 국가총동원법에 의해 이뤄진 적법한 행위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지난달 군함도 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도 조선인 강제노역의 ‘강제성’은 인정하면서도 국제노동기구(ILO) 조약상 불법인 ‘강제노동’은 아니었다고 강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견줘 중국인 강제노역 피해자는 당시 일본군에 포로로 붙잡혔던 국민당 병사 등이어서 차이가 있다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그밖에 한국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유·무상을 합쳐 5억달러의 청구권 자금을 받았지만, 중국은 1972년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포기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일본은 “한·중 모두와 청구권 문제는 종료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중국의 요구엔 ‘화해’ 명목으로 해결책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은 2012년 5월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청구권은 남아 있다”며 한국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현재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과 신일본제철 등을 상대로 낸 11건의 배상 소송이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외교가에선 일본이 한·중을 분리 대응하는 외교적 책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2차대전 당시 한국과 중국의 법적 지위는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중국과는 관계 개선을 꾀하고 한국은 제쳐두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한국과 외교 갈등의 핵심은 위안부 문제이기 때문에 강제징용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본다. 그 때문에 일본의 태도가 매우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또 8월 아베 담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국과 서구에 대해 선제적으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효과도 꾀한 듯하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19일 이 회사에서 강제노역한 미군 전쟁포로에게 공식 사과하면서 “영국, 네덜란드, 호주 전쟁 포로에게도 똑같이 사과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8월에 나올 아베 담화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관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한국 쪽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제가 중국과 미국, 영국 등 서방 연합국을 대상으로 일으킨 전쟁에 관한 사과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 도쿄/성연철 길윤형 특파원 sychee@hani.co.kr
우호 분위기 조성 차원 보상 합의
“법적으로 달라” 한인 보상 거부
“한일협정으로 매듭” 입장 고수 일본 시민단체인 강제연행기업책임추궁재판 전국네트워크의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은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본에서 기업이 이런 결정을 내리면 대번 우익들의 공격을 받는다. 때문에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자민당 등과 ‘네마와시’(사전 조정)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거대한 중국 시장에 대한 고려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민간관계자와 일본 기업 사이의 민사소송에 대해 정부가 코멘트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며 이번 사안을 묵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강제노역에 동원했던 미국·중국인들에겐 사과·보상의 뜻을 밝혔지만,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배상은 거부하고 있다. 미·중과 한국의 사례는 “법적으로 다르다”는 논리다. 일본은 옛 식민지배 시기 조선인에 대한 강제동원은 1938년 도입된 국가총동원법에 의해 이뤄진 적법한 행위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지난달 군함도 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도 조선인 강제노역의 ‘강제성’은 인정하면서도 국제노동기구(ILO) 조약상 불법인 ‘강제노동’은 아니었다고 강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견줘 중국인 강제노역 피해자는 당시 일본군에 포로로 붙잡혔던 국민당 병사 등이어서 차이가 있다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그밖에 한국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유·무상을 합쳐 5억달러의 청구권 자금을 받았지만, 중국은 1972년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포기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일본은 “한·중 모두와 청구권 문제는 종료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중국의 요구엔 ‘화해’ 명목으로 해결책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은 2012년 5월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청구권은 남아 있다”며 한국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현재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과 신일본제철 등을 상대로 낸 11건의 배상 소송이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외교가에선 일본이 한·중을 분리 대응하는 외교적 책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2차대전 당시 한국과 중국의 법적 지위는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중국과는 관계 개선을 꾀하고 한국은 제쳐두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한국과 외교 갈등의 핵심은 위안부 문제이기 때문에 강제징용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본다. 그 때문에 일본의 태도가 매우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또 8월 아베 담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국과 서구에 대해 선제적으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효과도 꾀한 듯하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19일 이 회사에서 강제노역한 미군 전쟁포로에게 공식 사과하면서 “영국, 네덜란드, 호주 전쟁 포로에게도 똑같이 사과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8월에 나올 아베 담화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관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한국 쪽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제가 중국과 미국, 영국 등 서방 연합국을 대상으로 일으킨 전쟁에 관한 사과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 도쿄/성연철 길윤형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