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몽골·카자흐 등만 참석 통보
미·독·일 등 참석 가능성 희박
외교부 “외교 관계 고려해 결정”
미·독·일 등 참석 가능성 희박
외교부 “외교 관계 고려해 결정”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주변은 요즘 새단장이 한창이다. 오래된 보도블록과 난간을 교체하고, 주변 시설에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있다. 광장과 천안문 사이를 가로지르는 창안대로 일부 구간에는 폭발을 견디는 특수설비를 설치했다.
모두 9월3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위한 것이다. 중국은 50여개국 정상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성대한 열병식을 통해 2차 대전 주요 승전국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공로를 부각하고 자국의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게 시진핑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중국의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열병식의 흥행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주요 국가 정상들이 참석을 망설이고 있는 탓이다. 지금까지 초청에 화답한 나라는 러시아와 몽골, 카자흐스탄 등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에 그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열병식에 부정적인데다 9월 시진핑 주석의 방미가 예정돼 있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9월 방중설이 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3일을 피해 날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서방 국가들은 열병식이 화해보다는 ‘항일’, ‘중국 굴기’라는 민족주의 선전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9월 방중 예정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열병식 행사를 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5월 러시아 방문 때도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겪고 반일 정서가 강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참석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참석에 행사의 성패가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한국 쪽은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한 관계뿐 아니라 한-미, 한-일 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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