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회사 객장에서 투자자들이 컴퓨터로 주식을 거래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증감회 “‘안정화 종식’은 악의적 소문”
시장선 ‘증시 부양’ 신호로 받아들여
서방 언론들 ‘금융 공산주의’ 비난
“시장에 맡길 것” 지도부 약속 어겨
정부 통계·신용등급에도 의문 제기
시장선 ‘증시 부양’ 신호로 받아들여
서방 언론들 ‘금융 공산주의’ 비난
“시장에 맡길 것” 지도부 약속 어겨
정부 통계·신용등급에도 의문 제기
중국 증시가 7월 두번의 폭락사태를 겪으면서 관치의 부작용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금융 공산주의’라는 표현까지 쓰며 중국 당국이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상하이 증시는 전날보다 1.68% 하락한 3663.00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하루 낙폭으로는 8년5개월 만에 최대인 8.48% 폭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전날 저녁 “당국이 증시 안정화 작업에서 손을 뗐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일부 투자자들이 이득을 보려고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다”라며 “신속하게 관련 조사를 할 것이며 제보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의 증시 안정화 개입이 지속적이 될 것임을 거듭 시사한 것이다. 증감회는 또 상하이 밍촹소프트웨어 등 2개사에 대해 대주주 지분 축소 금지 지침을 어긴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제프리 첸 홍콩증권협회장은 28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증감회의 조처는 주요 기업과 투자자들을 향해 정부가 반드시 증시를 부양할 테니 주식을 팔지 말라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마지노선을 3500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 들어 거듭된 중국 당국의 부양책에도 증시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자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7월 초순 증시 폭락 사태 때 인민은행이 나서 주식 매입 자금을 지원하고, 1400여개 기업의 거래를 정지시킨 바 있다. 여기에 공안부 부부장(차관)까지 나서 “악의적 공매도를 근절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에야 폭락세를 겨우 진정시킨 바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증시 폭락→당국 개입→주가 상승→실물경기 지표 부진→증시 폭락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중국 정부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금리와 지준율 인하 카드도 최근 소비자물가(CPI)가 상승하면서 계속 쓰기가 여의치 않다. 게다가 지속적 개입은 주식시장의 자율성에 타격을 주고, 대형 주식중계업체들의 신용거래를 부추길 수 있다. 향후 실물경기보다 주식 시장에 의존해 금융정책을 펴야 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주닝 상하이 교통대 부학장은 “정부가 개입을 않으면 지금까지의 부양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고, 더 개입하면 증시의 허약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언론들은 ‘금융 공산주의’라는 표현을 쓰며 일제히 중국 증시의 신뢰도에 회의감을 나타냈다. 알렉스 왕 앰플 캐피털 자산운용담당자는 <블룸버그>에 “중국 주식 시장은 심각하게 왜곡됐다. 투자자들이 시장 논리에 따라 확신을 지니고 매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중국 증시가 정부 운영 시스템으로 전락했다”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의 팔 비틀기식 주식 시장 통제가 애초 “시장에 결정적인 구실을 맡길 것”이란 중국 지도부의 약속을 스스로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7일 “주가 폭락 사태는 주식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에 점점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아이지(IG)의 데이비드 매든 투자분석가는 “중국 당국이 얼마나 많은 자금을 증시에 쏟아붓든간에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중국 정부와 신용평가사들의 통계와 등급 평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매체들은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2분기 경제성장률을 7%로 발표하자 “각종 지표상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수치”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6일 “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위안화 채권 가운데 97%가 최고 수준등급인 AA 등급 이상인 반면 미국 회사채 가운데 AA 등급은 1.4%에 불과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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