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뒤 첫 비가 내린 톈진시 도로에 독성 화학물질이 용해된 것으로 보이는 하얀 거품 물결이 일고 있다. 웨이보 갈무리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톈진항 물류창고 폭발 7일째인 18일 중국 톈진시에 사고 뒤 첫 비가 내렸다. 도로에는 공기 중에 떠있던 독성 화학물질이 물에 용해된 것으로 보이는 하얀색 거품 물결이 나타났다. 주택가 유리창에서도 평소와 다른 하얀 물방울이 맺혔다.
관영 <환구시보> 기자는 “비를 맞은 뒤 뺨과 입술이 화끈거렸고, 어깨와 팔도 가렵고 따가웠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우산과 마스크를 쓰고 수용성 독성 화학물질에 최대한 접촉을 피하려 했다. 한 시민은 “콧속에서 하얀 가루가 묻어나오고 차창에 하얀 얼룩이 맺힌다”고 말했다. 바오징링 톈진시 환경보호국 공정사는 “되도록이면 외출하지 말고 비를 피해 멀리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비가 많이 와 시안화나트륨이 수분과 결합해 시안화수소가 되면 인체나 주면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안화수소는 맹독성 가스로 기온이 26.5도가 넘으면 기체상태로 물에 녹아 피부에 흡수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톈진항 물류창고 폭발 사고 현장에 3000t에 이르는 독성 화학물질이 쌓여 있었다고 전했다. 뉴웨광 중국 공안부 소방국부국장은 17일 “톈진항 물류창고에 700t의 시안화나트륨과 800t의 질산암모늄, 500t의 질산칼륨 등 40여 종류의 독성 화학물질 3000여t이 적재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질산칼륨 등은 폭약 성분이다. 허수산 톈진시 부시장은 “3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폭발 반경 3㎞이내의 시안화나트륨 등 독성 화학물질을 수색하고 안전지대로 옮겼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이날 양둥량 국가안전감독총국 국장을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양 국장은 1994년부터 2012년까지 톈진시 부시장을 지냈다. 사고 물류창고 운영업체인 루이하이사의 대표이사와 부사장, 톈진시 빈하이 신구 담당 책임자 2명도 연행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사고 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무원과 공산당 중앙판공청은 18일 “환경오염 관련 사고에 관해 담당 당과 정부 관계자들의 책임을 퇴직 여부와 관련없이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톈진시는 사고 7일째를 맞아 사고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추도식을 거행했다.
중국 북부의 최대 무역항인 톈진시는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9.4%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의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리웨이광 톈진재경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톈진시는 맹목적으로 성장률 올리기에만 치중했고 기형적으로 석유화학 산업에 의존했다”며 “톈진 자유무역구 설립 취지에 맞게 첨단기술 산업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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