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증시 시황판 앞에 팔로 머리를 괸 채 앉아 있다. 항저우/AFP 연합뉴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30여년 동안 세계 경제의 끌차였던 중국 경제가 이젠 발목을 잡는 구실을 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 경기 불안을 가장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증시 지표다. 거침없이 상승하던 상하이 증시는 6월 중순부터 폭락을 거듭하며 가파르게 하락했다. 6월12일 지수 5166으로 정점을 찍은 뒤 폭락과 소폭 반등의 사이클을 보이던 상하이 지수는 21일 4.27% 폭락한 3507.74로 장을 마쳤다. 3500선은 중국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수치다.
증시 추락의 근본 원인은 제조업 분야의 부진이다. 중국 경제매체인 <차이신>은 8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 잠정치를 47.1이라고 21일 발표했다. 2009년 3월 이후 6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 분야 경기예측지수인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이하면 수축을 나타낸다. 장이핑 자오상증권 연구원은 “제조업 분야의 수요 위축이 원인”이라고 했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들어 ‘신창타이’(新常態: 중고속 성장 속 경제 구조조정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정책)를 외치며, 수출에서 내수로의 경제발전 방향을 수정하면서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중국 철강 생산량은 4억100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스마트폰 매출도 올 2분기 4% 감소했고, 7월 승용차 생산대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6.3%나 줄었다. 소비는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정부 목표치 2.0%에 훨씬 못 미치는 1.6%대에 맴돌고 있다. 지난달 수출과 수입도 8.9%와 8.6% 감소했다. 류즈친 중국 인민대 중앙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내 인건비 상승과 각국의 무역장벽 탓에 중국 제조업이 국제시장에서 차지했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경기를 부양하려 올해 들어 3차례나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11일에는 전격적으로 위안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 수출경쟁력을 높이려는 조처지만 가시적 성과를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 제조업의 활로가 될 것이란 기대를 부풀게 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잇는 경제벨트) 구상도 아직 초기 단계다.
중국 제조업의 부진은 전세계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21일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0.87달러 떨어진 40.45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8주 연속 하락해 1986년 이후 주간 기준으로 최장기 하락세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21일 미국 다우지수가 3.12% 폭락한 것을 비롯해, 영국 푸치 2.83%, 독일 닥스 2.95%, 프랑스 카크 3.19% 등 주요 증시가 급락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최근 “7월 전국 주요 70개 도시 신규주택 가격이 0.3% 상승해 석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산업 파급효과가 커 경제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롄핑 교통은행 수석경제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지속적으로 부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도 21일 발행된 최신호에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거품 붕괴론이 사라졌고, 서비스업이 경제 전체에서 제조업을 대신해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에 경계심을 가지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비관론으로 빠지는 것은 사태를 지나치게 부풀려 해석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증시 폭락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중국 기업 대부분이 국유 은행에서 사업 자금을 빌린다. 일반 법인의 주식 거래 비중은 2.5%에 불과하다”며 “개인 투자자 비중이 82%인 주식 거래도 부유층 중심으로 이뤄져 주가와 소비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목표치보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낮아 추가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쓸 여력도 있다. 카를로 코타렐리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는 22일 “중국 실물경제가 둔화했지만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며 금융시장 충격도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이를 위기로 보는 것은 전적으로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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