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리와 부총통을 지낸 롄잔(79) 국민당 명예주석이 소속 정당과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열병식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국민당은 반중 정서 탓에 가뜩이나 불리한 총통 선거구도가 더 나빠질지 근심이다.
대만 <연합보>는 28일 “롄 명예주석이 개인자격으로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다. 대만 고위급 인사가 중국군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롄 명예주석은 2013년과 2014년 2월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두차례 만난 적이 있다. 2005년엔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해 분단 60년 만에 국공회담의 물꼬를 튼 바 있다. 롄 명예주석은 대만 국민당 원로로 2004년 총통 선거에 나섰으나 천수이볜 전 총통에게 고배를 들었다. 그의 아들 롄성원은 지난해 11월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 나섰으나 낙선했다.
집권 국민당은 롄 명예주석의 방문에 마뜩잖은 표정이다. 내년 1월 총통 선거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예속화’를 우려하는 대만 여론은 친중 노선을 펴는 국민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당 훙슈주 후보는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에 열세다. 훙 후보는 “롄 명예주석의 방문이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가 적절하게 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린이화 국민당 대변인은 “국민당 고위 인사들은 아무도 열병식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