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열병식이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3일 끝난 중국의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최근 증시 파동과 톈진항 폭발사고 등으로 지도력에 흠집이 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위를 추스리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열병식을 통해 강력한 군 장악력을 과시했다. 열병식에서는 육·해·공군과 핵미사일을 운용하는 제2포병부대와 장군 부대 등 총 1만2천여 병력을 사열했다. 국가주석이자 군 총사령관인 중앙군사위 주석으로서의 권위를 선명하게 각인시킨 것이다. 시 주석은 얼마 전 쉬차이허우, 궈보슝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군부 2인자들을 부패혐의로 낙마시켰다. 이번 열병식 기념사에선 병력 30만 감축 계획도 내놨다.
중국군 대령 출신의 군사평론가 웨강과 왕젠 베이징군구 중장은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열병식은 당·정·군의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에 대한 충성, 절대 복종 서약이다. 열병식을 통해 시 주석이 군 안에서의 권위를 세웠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앤드류 스코벨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시 주석이 병력 30만 감축 선언을 한 것은 그만큼 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을 비롯한 원로들과 함께 천안문(톈안먼) 성루에 오름으로써 당내 권력 암투설과 갈등설도 일정 부분 잠재웠다. 장 전 주석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시 주석이 벌이는 반부패 정책의 마지막 목표라는 설이 제기됐다. 시 주석은 두 전 주석 앞에서 군을 사열함으로써 ‘최고 권력 지휘봉은 이제 나에게 넘어왔다’는 것을 과시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두 전직지도자들과 별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장 전 주석과 함께 역시 부패 연루설이 제기됐던 리펑, 원자바도 전 총리도 성루에 섰다.
진찬룽 인민대 교수는 “시진핑 체제가 최근 경기 불황과 톈진항 물류창고 폭발사고, 사회적 이념 충돌 속에서 열병식을 통해 지도력을 다시 다졌다”고 짚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