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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눈덩이 적자에도 문 못 닫는 중국 ‘좀비 공장’…도대체 누굴 위해?

등록 2015-09-06 20:44수정 2015-09-07 10:15

한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
한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
생산과잉 철강·시멘트 산업 구조조정 절박해도
실업률·은행 손실 우려에 울며겨자먹기 가동
산업 구조조정과 효율화, 내수 확대 등을 통한 중국의 신창타이(新常態·구조조정 속의 중·고속 성장) 정책이 시멘트와 석탄 등 ‘재래 산업’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연간 일자리 1000만개 창출이라는 다른 정책 목표와 맞물려 산업의 구조조정도 진퇴양난의 처지다.

중국 산시성 창즈현의 시멘트 공장들은 중국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곳은 철강, 유리 등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 생산과잉 산업인 시멘트 업체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고속 성장기 동안 호황을 누려온 시멘트 공장들은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수요 감소 탓에 된서리를 맞았다. 하지만 이 공장들은 적자를 보면서도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산시성 건물재료산업협회는 “지난해 창즈현 시멘트 공장들은 실수요량의 3배가 넘는 시멘트를 생산했고, 그 결과 3분의 2의 공장들이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사정은 중국 각지의 석탄 공장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석탄 기업인 선화석탄그룹과 중국국영석탄그룹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석탄산업은 중국 정부가 스모그 유발 산업으로 규정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이다. 린보창 샤먼대 교수는 “선화그룹 같은 곳은 (다른 영세한 석탄 기업과 달리) 자체적으로 철도와 도로 등 운송시설을 갖추고 있는 큰 회사로 생산 비용이 가장 낮을 것이다. 이런 곳의 상황이 좋지 않다면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국면에서 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꾸역꾸역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정부와 은행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는 탓이다. 중국 지방정부는 실업률이 뛰는 것을 꺼려 가망이 없는 공장에 지속적으로 세제, 보조금 혜택을 주며 가동을 독려한다. 중국 정부는 취업률 유지가 공산당 정권의 안정적인 집권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여긴다. 국영 화타이 시멘트 회사는 지방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석탄 회사로부터 연료를 저가에 공급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회사 공장장은 “지방정부의 보조 덕에 300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월급을 주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공장들이 지역 경제의 주요 기반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이들 공장을 시장 논리에 따라 폐업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지방정부의 중요한 평가지표 가운데 하나인 경제성장률도 포기해야 한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은행으로서도 공장이 문 닫을 경우 손해를 피할 수 없다. 창즈현의 공장들은 설립 당시 대규모 은행 대출을 바탕으로 세워졌고, 은행들은 대출 이자라도 받으려면 공장의 명맥을 유지시켜줘야 한다. 이곳에서 시멘트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먀오 아무개는 <뉴욕 타임스>에 “우리는 은행을 위해 공장을 계속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중국에서 이른바 ‘좀비’ 공장들이 계속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다수 중국 국유기업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며 “좀비 공장들이 비록 고용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아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에게도 낮은 임금이라는 부담이 지워지고, 이들이 과감하게 더 나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주재 국제통화기금 대표부의 라파엘 람은 “중국 정책 당국자들이 과감하게 시장 결정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조업 불황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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