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가입 가능성도 내비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출범을 주도한 중국이 국제 금융기구 가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5일 “중국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 가입신청서를 냈다”고 보도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 관계자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로 보이는) 중국 고위 관료가 8월 수마 차크라바티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이 이 기구에 지분을 갖고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현재 64개 회원국들이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부흥개발은행은 중국의 투자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유럽부흥개발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협력을 통해 시진핑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유럽까지 육·해상 실크로드를 연결하는 중국 중심의 경제벨트) 사업에 속도를 내려 한다. 낙후한 중국 서부내륙과 중앙아시아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필요한 공동투자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유럽부흥개발은행 역시 3조65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풍부한 외환보유고 가운데 일부를 투자받으려 한다. 수마 총재는 지난 6월 베이징 방문 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협력을 넓히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은 1991년 옛소련 붕괴 뒤 동유럽 국가의 산업시설 확충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아울러 중국은 최근 미국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은 티피피가 노동·환경 기준, 지적재산권 보장과 국유기업 지원 철폐 등 중국이 가입하기 어려운 규정을 제시해 자신들을 배제하려 한다며 거부감을 보여 왔다. 중국 공산당 간부 교육기관인 중앙당교가 발행하는 격주간지 <학습시보>는 25일 “이 협정이 일정부분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성격이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행정규제 축소와 환경보호 등 이 기구가 추구하는 목표들은 중국의 경제 구조조정, 개혁개방 방향과 일치한다. 적절한 시기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초대 총재 지명자도 21일 미국에서 “중국이 티피피 참여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한 중국 경제전문가는 “중국이 유럽부흥개발은행에 참여 신청을 한 것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 당시 참여 물꼬를 터준 유럽 국가에 대한 보답과 함께 유럽지역의 일대일로 구상 추진을 위한 발판 마련이란 목적이 동시에 있는 것 같다”며 “티피피는 현재로선 중국이 가입하기엔 문턱이 높아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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