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을 비롯한 톈진시와 허베이성 등 중국 수도권 지역이 극심한 스모그에 휩싸였다. 미세먼지 농도는 기준치를 18배가량 초과했다.
29일 베이징의 피엠(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300㎍/㎥을 기록했다. 전날 베이징 남서부 지역 농도는 457㎍/㎥까지 치솟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인 25㎍/㎥를 18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다. 가시거리는 1㎞ 안팎까지 줄어 평소 보이던 건물들이 스모그 속에 사라졌다. 베이징 인근의 톈진시와 허베이, 산시, 허난성 일부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베이징시 기상당국은 황색 스모그 경보를 발동하고 “노약자들은 외출을 삼가고 학교는 실외 수업을 중지하라”고 알렸다. 중국 환경부는 베이징과 톈진, 스좌장, 랑팡시에 조사단을 급파하고 “필요하면 비상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당국은 “2일께 강풍이 불면서 스모그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에서 온 관광객 탕잉은 “베이징 스모그가 심각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도 이런 데서 사는 건 무의미하다”고 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전설적인 베이징의 스모그를 목격했다. 숨이 막힌다”라고 썼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난방 가동이 스모그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난방 연료의 대부분을 석탄을 이용한 화력 발전에 의존한다. 한 베이징 거주자는 “아침에 문을 열면 매캐한 탄내가 코를 찌른다”라고 말했다. 수도권보다 2주일가량 일찍 난방을 시작한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는 지난 9일 피엠(PM) 2.5농도가 1155㎍/㎥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여파 탓에 베이징에서도 9일부터 일주일 가량 250㎍/㎥을 넘는 스모그가 이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자동차 배기가스와 수도권 인근 허베이성에 밀집한 공장 배기가스가 더해진다. 한 베이징 거주자는 “지난해는 11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회의(APEC), 올해는 9월 열병식 덕에 공장 가동과 자동차 운행이 제한돼 그나마 공기가 좋았다. 그런데 당분간은 국제행사도 없어 스모그가 점점 심해질 것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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