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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위안화 가치 또 절하…‘통화 바스켓’ 만지작

등록 2015-12-14 20:12

중국이 자국 통화인 위안의 평가절하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무역수지 부진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에 대비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행보로 보인다.

전거래일보다 0.21% 절하 고시
4년5개월만에 최저수준
당국 ‘수출 경쟁력 유지’ 의지 담겨

위안-달러 ‘페그제’ 포기 추진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앞두고
위안화 약세 지속 유지 포석인 듯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4일 공식 누리집을 통해 “위안 환율을 1달러당 6.4495위안으로 고시한다”고 공고했다. 이는 전거래일 고시환율인 1달러당 6.4358위안보다 가치가 0.21% 하락한 것이다. 1달러당 6.4495위안은 2011년 7월 이후 4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전 중국 기업이 1달러를 수출했을 때 6.4358위안어치를 벌었다면 이젠 6.4495위안어치를 벌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중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인민은행은 8월에도 사흘 동안 위안 가치를 무려 3.3%나 떨어뜨리는 평가절하를 단행한 바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앞서 선제적인 조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인민은행은 또 사흘 전인 11일 누리집에 “앞으로는 달러에 연동해 움직이던 위안 환율을 달러뿐 아니라 다른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화폐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2015년 이래 달러 대비 위안 가치가 평가절하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세다”고 주장했다. 인민은행의 연구원이 쓴 이 글은 “중국 외환거래센터(CFETS)가 11일 중국화폐사이트를 통해 ‘위안 환율지수’를 공식 발표했다”며 “통화 바스켓을 참고하는 것은 단일 화폐(달러)를 참고하는 것에 비해 한 나라의 상품과 서비스의 종합적 경쟁력을 더욱 잘 반영하고 수출, 투자, 국제수지를 더욱 잘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외환거래센터가 마련한 ‘통화 바스켓’은 무역 비중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달러가 26.4%, 유로가 21.4%, 엔이 14.7%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13개 통화로 구성됐다. 한국 원화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아직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개설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언제부터 통화 바스켓을 반영한 위안 환율을 고시할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환율 산출 방식 변경 검토는 인민은행이 16일(현지시각)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위안의 약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현재 달러 가치에 연동되는 위안 가치도 오르게 돼 그만큼 중국의 수출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각국 통화를 포함한 바스켓으로 위안 가치를 평가하면 위안을 평가절하시킬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 현재 위안 가치는 달러에 견줘서는 2010년 대비 6~7% 상승에 그친 반면에, ‘통화 바스켓’에 견줘서는 27~28%나 상승한 상태다.(그래픽 참조)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이 기존 위안-달러 연동제를 느슨하게 풀어 위안의 평가절하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수출경쟁력을 지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최근 무역수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의 11월 수출액은 1조2500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7% 감소했다. 수출 부진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중국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는 주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7%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내세웠지만 3분기 경제성장률은 6.9%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지속적인 통화 절상 압력을 반박하려는 논리를 마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스튜어드 오클리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위안이 다른 통화가 포함된 ‘통화 바스켓’에 견줘 고평가돼 있음을 보여준다면 미국 정부도 ‘중국 정부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려 의도적으로 위안 약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은 환율 결정 방식의 변경을 통해 달러의 그늘에서 벗어나 기축통화로서의 독립성도 일정부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위안 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중국 기업들의 달러 부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위험도 높아지게 돼 중국 경제에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양면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출이 얼마나 개선될지도 미지수다. 위안의 평가절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중국의 수출은 다섯달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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