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건축 폐기물 등이 쌓여서 산을 이룬 곳이 무너져 내린 중국 광둥성 선전 헝타이위 공업단지에서 21일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선전/AP 연합뉴스
“진흙·쓰레기 불법매립이 원인”
7층짜리 공장·기숙사 등 33채 덮쳐
주민들 “수차례 민원에도 당국 외면”
시진핑 “인명구조에 만전 기하라”
7층짜리 공장·기숙사 등 33채 덮쳐
주민들 “수차례 민원에도 당국 외면”
시진핑 “인명구조에 만전 기하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공단지역에서 20일 인공 폐기물 적채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90여명이 실종됐다. 주민들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며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20일 오전 7시40분께 광둥성 선전시 헝타이위 공업단지 뒤편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21일 오전까지 90여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전날까지 실종자가 40여명이라고 했으나 하루 만에 실종자가 갑절 이상 늘었다.
공장 건물과 기숙사, 식당, 민가 등 건물 33채는 붉은 진흙더미에 파묻혔다. 부근 가스 충전소도 폭발했다. 목격자들은 “진흙 쓰나미가 순식간에 6~7층짜리 공장 건물을 덮쳐버렸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허웨이밍은 <펑파이신문>에 “집이 흙더미에 파묻혔다. 부모님과 아내, 아이들에게 40통 넘게 전화를 했지만 불통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공업단지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명보>에 “평일에는 공장 건물마다 100명이 넘는 직원이 비닐, 포장 가공을 한다. 어제는 일요일이라 출근하는 사람이 적었다”며 “매몰된 건물 가운데 2동의 직원 기숙사가 있어 곤란을 당한 사람이 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6m 높이의 진흙이 38만㎡가량을 덮었다. 이 정도 진흙이라면 공식 규격 수영장 240여개를 채우고도 남을 양으로 60만㎥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시 당국은 “사고 전에 900여명을 대피시켰다. 소방대원 등 1500여명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과 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사람이 자초한 재앙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국토자원부는 초동 수사 결과 “산 자체의 토사가 붕괴된 것이 아니라 산비탈에 위치한 건축물 쓰레기 적치장에 위법으로 쌓아둔 진흙과 산업 폐기물이 쏟아져 내린 것이 사고 원인이다”라고 밝혔다.
한 주민은 “산사태가 일어난 산비탈에 2년여 동안 건축 폐기물과 진흙더미가 100m 이상 쌓였다. 일반 건물의 12층 높이 가량은 됐다. 여러 차례 당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인명구조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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