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새롭게 핵무기 운용 부대인 ‘로켓군‘을 창설하고 군사굴기를 예고했다. 사진은 로켓군 부대원의 새로운 제복과 배지. 연합뉴스
미국 군사력 추격 공개선언으로 해석
핵 공격방어 부대인 ‘로켓군’과 육군통합사령부인 ‘육군지휘기구’ 창설, 그리고 항공모함 추가 건조….
중국 지도부는 이 같은 신중국 역사상 보기 드문 군사력 강화 조치를 지난해 마지막날과 새해 첫날 잇달아 발표하며 2016년을 전면적인 ‘군사굴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로켓군’ 등에 대한 창설은 ‘군 현대화의 이정표’로 “인민군대의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 군사력 강화의 대척점에 미국이 존재한다는 점을 놓고 보면 시 주석의 그같은 태도는 미국의 군사력을 추격하겠다는 공개선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치했던 양국이 올해 더욱 험악한 군사적 패권 경쟁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로켓군’ 창설…다탄두ICBM·우주전략무기 개발 시사
시 주석은 ‘로켓군’에 대해 ‘전 지역·선제적 전쟁’을 거론하며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핵억지력과 핵반격 능력을 강화하고, 중거리-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로켓군’ 창설을 계기로 핵전력을 질적으로 강화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중국은 빠른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전략무기 개발에 공을 들여왔지만, 1950∼1960년대 옛 소련의 이전 기술을 바탕으로 한 핵공격·방어체계는 아직 미국과 러시아에 한참 뒤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근년 들어 중국은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주목받는 둥펑(東風)-41, 미국의 미사일방어(MD)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극초음속 비행체등에 대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개발할 우주전략무기도 이 ‘로켓군’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2월 무인 우주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며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3대 우주강국’으로서 도약한 중국은 우주개발 과정에서 얻은 로켓 정밀 제어 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전날 군사전문가를 인용, ‘로켓군’이 기존에 운용해온 핵미사일 운용 부대뿐 아니라 전략 핵잠수함, 전략 폭격기 부대, 우주방어부대 등을 통합할 수 있다면 입체적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방부는 전날 오후 열린 관련 기자회견에서 “로켓군 창설이 핵전략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중국의 ‘선제적 핵공격 배제’·‘방어적 핵전략’을 거론하며 중국은 국가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에서 핵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육군사령부 창설해 지휘체계 일원화…시진핑 권력 강화
중국 군대는 230만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그 중 육군은 85만 명이다.
그러나 지난(濟南)·난징(南京)·광저우(廣州)·베이징(北京)·선양(瀋陽)·란저우(蘭州)·청두(成都) 등 7대군구(大軍區)로 구성된 육군은 사령부가 없어 지휘체계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관영 영자지 차이데일리는 2일 “육군은 중국군의 (최고지휘기구인) 중앙군사위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았다”며 “군구 사령관들이 관할지역 지상부대에 대한 구체적인 작전을 책임졌다”고 전했다.
러우야오량 중국 국방대 군사전략연구소 소장은 “육군사령부의 설립은 군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육군 중심의 사고방식을 탈피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7대 군구도 1일부터 동·서·남·북·중부 등 5개 전구(戰區·군사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 임무가 수행되는 작전구역 단위)로 재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군 체계는 미군, 러시아군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군은 합참이 종합작전을 짜고 전투지역 사령부가 별도 작전을 수행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최근 홍콩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중앙군사위가 총체적인 지휘·명령을 내리고 전구 사령부가 작전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언론들은 최근 중앙군사위를 구성하는 기존 4총부(총참모부, 총정치부, 총장비부, 총후근부)가 연합참모부를 비롯한 6부로 개편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아직관련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중국군의 지휘계통 일원화와 체제 개편에 따른 군수뇌부 물갈이는 결국 군의 최고 정점에 있는 시 주석의 권력 강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해석도 낳는다.
◇“제2의 항모 건조” 확인…제3의 항모 동시건조 관측도
‘전략지원 부대’ 역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이 부대에 대해 인민해방군에 대한 통합적 지원시스템 개선, “군민융합” 등을 강조하며 무기 연구·개발 등을 주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부대 사령원(사령관)에는 가오진(高津) 현 군사과학원 원장이 임명됐다.
중국군은 지난달 31일 중국이 독자적인 기술로 배수량 5만t급의 두 번째 항모를다롄(大連)항에서 건조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중국은 2012년 9월 ‘1호 항모’ 랴오닝(遼寧)호(6만7천500t급)를 취역시키며 항모 보유국 대열에 들어섰다. 이 항모는 구소련이 제작하던 구식 항모를 개조한 것이다.
중국의 두 번째 항모 역시 핵항모는 아니다.
장쥔서(張軍社) 해군군사학술연구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중국은 일반동력 항모건조를 통해 경험을 축적한 뒤 핵동력 항모를 건조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항모를 동시 건조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해 10월 군 관계자를 인용, 중국이 상하이(上海)에서 항모 전용 독에서 선체를 블록으로 나눠 만든 뒤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조립하는 공법으로 세 번째 항모를 제작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중, 군사적 패권 경쟁 시대로의 진입 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빈 방문한 시 주석에게 “나는 (패권을) 지키려는 대국과 신흥대국이 반드시 충돌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미중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등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의 경제·안보 관계를 거듭 격상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작은 파문들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립하고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에도 성공하며 경제질서를 재편한다는 계획도 착착 진행해 나가고 있다.
양국의 군사적 경쟁은 이미 남중국해 인공섬 충돌을 계기로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5월 ‘국방백서’에서 대중국 포위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일본의 군사안보 정책의 대대적인 조정’ 등을 안보위협으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반격 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미군이 사상 처음으로 군 함정을 중국 인공섬 해역에 진입시킨 것은 그로부터 5개월 뒤의 일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 간 패권 대결이 이처럼 군사분야로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전략적 이익을 둘러싼 양국의 충돌 수준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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