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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대만 ‘선거의 여왕’ 총통 등극 눈앞…중국과 ‘밀월’ 깰까

등록 2016-01-10 20:23수정 2016-01-11 10:32

국제 초점 I 대만 총통선거 D-5
대만 총통 선거(1월16일)를 코앞에 둔 5일 대만 자이시에서 집권 국민당 지지자들이 선거유세를 하는 주리룬 국민당 후보에게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자이/AP 연합뉴스
대만 총통 선거(1월16일)를 코앞에 둔 5일 대만 자이시에서 집권 국민당 지지자들이 선거유세를 하는 주리룬 국민당 후보에게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자이/AP 연합뉴스
대만 총통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정권 교체와 첫 여성 총통 탄생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안정을 내세우는 집권 국민당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는 야당 민진당의 공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관심은 민진당 집권 이후의 양안관계(중국과 대만 관계)로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창당 30돌을 맞는 민진당은 줄곧 중국과의 거리 두기와 독립을 주장해온 자생 정당이라 갈등이 예상된다.

16일 선거…민진당 차이잉원 압도적
정권교체·첫 여성총통 기정사실화
입법위원 과반땐 ‘트리플 크라운’도

“국민당 집권 8년은 잃어버린 8년”
경제실패·청년실업 등 정권심판론
중국과는 ‘현상유지’ 전략 내세워

대만경제, 중국의존도 이미 너무 커
양안관계 급속한 방향전환 없을듯

■ 민진당 ‘트리플 크라운’ 달성 눈앞

판세는 이미 굳어진 듯하다.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날인 5일 발표된 대만 주요 매체와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 결과,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는 40~5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주리룬 국민당 후보를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앞섰다. 이대로라면 300만~400만표 차로 차이 후보가 대승한다. 주 후보는 2위도 위태롭다. 양안정책협회 여론조사 결과, 주 후보는 지지율이 16.3%로 쑹추위 친민당 후보(16.1%)와 오차범위 안에 있다.

4년 만에 총통 재수에 나서는 차이 후보는 당 경력이 비교적 일천하다. 민진당 천수이볜 총통 집권 당시인 2000년 중국 관계를 다루는 행정원 대륙위원회 주임으로 임명됐지만 당적은 없었다. 2004년에야 늦깎이로 입당한 그는 4년 전 선거에서 마잉주 현 총통에게 80만표 차로 패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차례 선거에서 민진당을 승리로 이끌며 ‘선거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었다. 최초의 대만 여성 총통이란 직함이 눈앞에 있다. 미혼이다.

주 후보는 지난해 10월 긴급 구원투수로 총통 선거 마운드에 올랐다. 훙슈주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당이 극단 처방을 내린 것이다. 그는 2014년 11월 국민당의 참패로 끝난 지방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선 유일하게 직할시인 신베이시 시장 연임에 성공했다. 두 후보는 이미 일합을 겨룬 인연이 있다. 6년 전인 2010년 11월 신베이 시장 선거에서다. 승자는 주 후보였다. 그는 5.2%포인트 차로 차이 후보를 꺾었다. 친민당 쑹 후보는 1999년 국민당을 탈당한 인사로 대권 도전 삼수생이다.

총통 선거는 113명을 뽑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지금은 국민당이 64석으로 과반 의석을 지니고, 민진당이 40석이다. 그러나 역전이 예상된다. 창당 이래 늘 소수당이었던 민진당 쪽은 과반 의석(57석) 확보 이상을 노린다. 민진당은 2년 전 지방선거도 석권해 올해 두 선거에서 승리하면 명실공히 중앙과 지방의 행정권력, 입법권력까지 모두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다. 국민당으로선 1949년 대만 이주 이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 위력 발휘하는 정권심판론

총통 선거를 휘감는 양대 주제는 중국과 경제다. 국민당은 ‘92공식’(1992년 홍콩에서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가 합의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해석과 명칭은 각자 하기로 한 합의) 유지를 내세우며 중국과의 지속적인 경제 교류 확대를 주장한다. 이미 대만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대만 경제가 발전하고 실업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장년층과 중산층 이상을 노린 주장이다. 양안관계에서 차이 후보는 ‘로 키’ 전략이다. ‘현상유지’란 말을 내세우며 기존 민진당의 독립 주장을 부각하지 않는다. 이미 판세가 기운 상황에서 굳이 각을 세워 상대에게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계산도 고려된 것 같다. 대신 미국과는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주장을 편다.

차이 후보는 비판의 날을 국민당의 경제 실패를 향해 세운다. 그는 “국민당 집권 8년은 잃어버린 8년”이라며 저조한 경제성장률과 청년 실업, 부의 분배 실패를 지적한다. 대만의 실질임금은 10년 가까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국민당은 부유층 집단’이라는 공격도 빠뜨리지 않는다.

2014년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1%에 그쳤다. 중화권에선 “한때 한국, 싱가포르, 홍콩 등과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대만이 이젠 필리핀, 베트남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자조가 있다. 과거 한국과 엇비슷했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한국의 37%가량으로 줄었다. 반면, 실업률은 4%에 육박한다. 이번 선거에서 새로 유권자로 진입하는 70만 젊은이들은 다수가 민진당 지지 성향을 보인다. 대만을 자주 오가는 한 중국인은 “대졸 초임이 5천위안(94만원)밖에 안 된다. 4~5년 내내 그렇다”며 “젊은층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만 대학생들은 2014년 3월 “중국과의 지나친 경협 확대가 대만 제조업 기반을 흔들고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며 20일 동안 대만 입법원을 점거하는 ‘해바라기 운동’을 벌였다. 주택난 역시 국민당에는 불리한 요소다.

■ 양안관계 급속한 변화는 없을 듯

대만 총통 선거는 중국과의 관계가 걸려 있어 관심을 모은다. 민진당의 집권은 현재 ‘밀월’로 일컬어지는 양안관계에 일정 부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시진핑 주석과 마잉주 총통은 지난해 11월7일 사상 첫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정도로 밀접했다. 차이 후보는 대만 독립 주장을 지지해온 집토끼(전통 민진당 지지층)를 무시할 수는 없는 처지다. 중국은 지난달 장즈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이 “대만이 중국과의 관계에 회의적인 후보를 선택하면 그간 이룬 양안관계 발전이 물거품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차이 후보와 지지자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민진당으로 정권이 교체된다 해도 급속한 방향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차이잉원 후보는 소통하고, 도발하지 않고, 의외의 사건이 없을 것이란 3원칙도 언급했다. 그는 과거 대만 대륙위 주임 시절 중국과 소3통(수송, 교역, 우편 왕래)을 성사시켰다. 더구나 이미 대만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에 대한 대만의 수출 의존도는 40%가 넘는다. 해외 투자 역시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2015년 11월까지 전체의 49.4%를 차지했다. 인적 교류 부문에서도 지난해 대만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399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0%를 차지했고, 반대로 중국에 상주하는 대만 기업인은 가족까지 포함하면 50만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당 소속 마잉주 총통은 8년 임기 중에 중국과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등 20개 이상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 추구, 전면적인 92공식 부정 등 급격한 대중국 정책 전환은 대만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한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대만에 쓸 수 있는 수단이 많다. 가령 유커(중국 관광객)의 여행 제한 조처만 내려도 대만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미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갈등을 겪고, 주변국과도 사이가 껄끄러운 상황에서 대만까지 몰아세우는 것은 남는 장사가 아니다. 게다가 대만이 어느 때보다 반중 감정이 높은 상태에서 압박 일변도의 정책은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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