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군 전략폭격기 B-52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것에 경계와 불쾌감을 드러냈다.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이 10일 전폭기를 한반도 상공에 보내 무력 근육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명백히 했다”고 보도했다. 중화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도 “미국이 평양 정권을 향한 무력시위를 했다”고 전했다. 다수의 중국 매체들은 B-52 출현 소식을 실시간 속보로 전하며 관심을 기울였다.
중국 학계에서도 미국이 북핵 문제를 아시아 회귀 전략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B-52를 출동시켜 군사 역량을 과시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은 과거에도 핵실험 이후 항공모함을 황해에 진입시키는 등 무력을 과시하며 북한을 윽박질렀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뤼 연구원은 “외려 미국이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깨뜨리면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였다. 현명하지 않은 행위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4차 북핵 실험을 핑계삼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도 마땅히 이를 경계하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내심 미국의 전략적 자산이 (중국 인근의) 한반도에 오가는 것에 굉장히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B-52의 출현이 미군의 한반도 전략무기 배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환구시보>는 “B-52 출현 뒤 한국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핵을 방치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동맹 구축에 더 노력을 쏟았다고 여긴다. 비잉다 산둥대 중한관계연구센터 연구원은 <대공보>에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전술이 북한 핵 문제를 키웠다. 미국은 북한이 요구해온 평화협정 체결을 거부하면서 안보 불안을 키웠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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