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여명 거리서 “5명 즉시 석방”
2014년 우산시위 이후 최대 규모
“납치 중단” “일국양제 수호” 구호도
2014년 우산시위 이후 최대 규모
“납치 중단” “일국양제 수호” 구호도
중국에 비판적인 책을 펴낸 출판사 관계자들의 잇딴 실종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10일 홍콩 도심에서 벌어졌다. 2014년 행정장관 완전 자유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졌던 ‘우산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6000여명(경찰 추산 3500여명)의 홍콩 시민들은 이날 홍콩특구정부 청사 앞에서 “5명의 출판 관계자를 즉시 석방하라”고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코즈웨이베이 서점 주주 등 관계자 5명이 잇따라 실종됐다. 코즈웨이베이 서점은 중국 권력층이 꺼려하는 권력의 이면을 다룬 ‘금서’들을 펴냈다. 중국 공안당국은 여러 차례 서점에 “민감한 책을 펴내지 말라”고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5명 가운데 가장 최근인 지난달 30일 실종된 이 서점의 주주 리보의 이름을 외치며 “오늘은 리보였지만 내일은 당신이 (실종)될 수 있다”, “5명의 소재를 즉시 밝히고 석방하라”, “정치적 납치를 중단하라”, “홍콩의 ‘일국양제(하나의 중국 속에 두개의 체제)’를 수호하자”라는 글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행진했다.
시민들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의 상징인 노란색 우산과 리본 등을 착용하고 시위에 참여했다. 일부는 중국 당국에 “백색 테러를 즉시 중단하라”며 중국 국기를 밟기도 했다. 1989년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들을 옹호하다 실각한 자오쯔양 전 총서기의 회고록 <국가의 죄수>를 펴낸 출판인 바오푸는 <로이터>통신에 “홍콩 시민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콩의 작가, 출판인 등 500여명은 출판의 자유 수호를 위한 서명에 참여했다.
홍콩 당국은 “현재 중국 공안당국과 함께 이들의 소재를 찾고 있다. 출판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시민들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1997년 중국이 영국에서 홍콩을 반환받을 때 ‘50년 동안 홍콩의 체제를 인정하고 고도 자치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출판인 실종 사건은 홍콩 시민들에게 짙은 회의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실종된 출판업자 5명은 정치적인 책을 펴내 중국에 악마와 같은 해악을 끼쳤다”고 비판한 바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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