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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신뢰잃은 중국 당국…투자자들 또 던졌다

등록 2016-01-13 19:50수정 2016-01-13 21:30

중국 상하이지수가 2.42% 하락한 2949.60으로 거래를 마친 13일 한 투자자가 베이징의 증권사 시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상하이지수는 오전 한때 상승세를 보였지만 오후부터 낙폭을 키워 5개월 만에 처음으로 3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지수가 2.42% 하락한 2949.60으로 거래를 마친 13일 한 투자자가 베이징의 증권사 시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상하이지수는 오전 한때 상승세를 보였지만 오후부터 낙폭을 키워 5개월 만에 처음으로 3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위안화 평가절하로 폭락 촉발
실물경기 비관론이 기름 부어
자본유출 이어지며 증시 파동

정부 섣부른 제도 도입도 한몫
경제운용 능력 의구심 드러나
개미들 정책 믿기보단 투매일관
중국 상하이지수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000선마저 무너진 것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퍼져 있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와 경제 당국의 혼선 및 위기관리 능력 부족이 컸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6~8월 증시 파동을 겪었음에도 나아진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증시 폭락은 외부적 요인보다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위안 평가절하로 촉발됐다. 인민은행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위안 강세로 수출이 위축될 것을 우려해 위안 가치를 빠른 속도로 떨어뜨렸지만, 증시에서는 자본 유출과 증시 폭락이란 부작용을 낳았다. 인민은행은 주가 폭락 탓에 장이 개장 29분 만에 마감된 7일에도 기존 정책을 고수할 뜻을 비치기까지 했지만 그 다음날엔 위안을 평가절상하며 갈짓자 행보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지수 추이
중국 상하이지수 추이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증감회는 올해 초 처음 도입한 서킷브레이커(주식거래 일시정지) 제도가 외려 매도 공황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자 7일 이를 전격 철회했다. 증감회 안에서는 “섣부르게 제도를 도입해 수조위안의 손실을 끼친 사람을 문책해야 한다”는 내부 불협화음도 터져 나왔다. 7일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대주주 지분매각 제한 조처에 대한 대책은 장이 마감한 뒤에야 내놨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중국 지도부의 경제 운용 능력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현 지도부에는 과거 주룽지 전 총리와 같은 권위를 지닌 경제 참모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 전 총리는 ‘내 관도 준비돼 있다’면서 강력한 국유기업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여 ‘경제 차르’로 불렸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증시 파동과 경기 둔화, 건강 이상설 등으로 흠집이 난 상태다. 이 신문은 “경제 분야에 중량감 있는 사령탑 부재가 최근 정책 혼란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경제 연구 기관인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뢰버 대표는 “시진핑 경제팀이 과연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을 운용하고, 대규모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회의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대중과의 소통 부재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증감회는 증시가 조기 마감된 다음날인 8일 주간 브리핑에서 증시 대책이나 향후 감독 방향에 대한 언급 없이 농업 경제 개선과 빈곤 대책만 늘어놨다. 중국 매체들은 증시 폭락 소식 대신 시 주석의 충칭 방문 뉴스를 먼저 전했다. 중국 증시 투자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개미 투자자들은 당국의 대책을 믿기보다는 주변 투자자들의 동향을 먼저 살피며 투매를 반복했다. 훙량 중국국제금융공사 연구원은 “정부, 금융 당국과 투자자들의 소통 부족이 증시 파동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도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지난달 제조업 구매자관리자지수(PMI)는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48.2를 기록해 경기 확장 기준인 50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보다 1.4% 상승하는데 그쳐 정부 목표치 3%를 크게 밑돌았다. 생산자 물가지수 역시 지난해 5.2% 하락했다. 이 때문에 중국 안팎에서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침체) 우려도 나온다. 한 중국 증시 전문가는 “중국 실물경기에 대한 비관이 가장 핵심적인 증시 추락의 원인 같다. 저마다 조금만 반등하면 손을 털고 시장에서 나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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