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당선자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가 지난 14일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타이베이/AP 연합뉴스
정치경력 12년만에 대만 첫 여성 총통
민진당 위기 뒤 주석 맡아 리더십 변신
민진당 위기 뒤 주석 맡아 리더십 변신
“참신함과 깨끗함, 외유내강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다.”
차이잉원(60) 총통 당선자와 과거 행정원에서 함께 일했던 한 지인은 그의 장점을 이렇게 말했다. 대만 첫 여성 총통에 당선된 차이의 정당정치 경력은 12년에 불과하다. 대만국립정치대 법대 교수로 리덩후이 전 총통의 법률 고문을 지내기도 한 그는 2000년 중국 관계를 다루는 행정원 대륙위원회 주임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45살이던 2004년 민진당에 입당했고 2006년 행정원 부원장을 거쳐 2008년엔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 총통의 부패 혐의로 위기에 몰린 당의 주석이 됐다.
이후 선거에서 차이 당선자는 잇따라 당의 승리를 이끌며 ‘선거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선거에선 거듭 고배를 마셨다. 2010년엔 신베이 시장 선거에서 주리룬 후보에게 5% 차이로 패했고, 2년 뒤 총통 선거에선 대학 선배로 친한 사이인 마잉주 현 총통에게 6%차이로 졌다. 하지만 그는 ‘양안 정책 현상유지’라는 정책 조정을 통해 중도층을 흡수하는 ‘정치적 진화’를 했다. 이번 총통 선거에서는 자신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결단력을 존경한다고 말한 이후 ‘대만의 메르켈’이라고도 불린다.
차이 당선자는 부유한 집안의 11남매 가운데 막내 딸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 차이제성은 자동차 정비업과 부동산, 건설, 호텔업을 두루 한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모친은 네번째 부인이었다. 차이 후보의 할머니는 대만의 산악지역에 살아온 원주민 파이완 족이고, 부친 쪽 조상은 청나라 시절 중국 푸젠성에서 대만으로 이주해온 객가(客家) 출신이다. 그는 1940년대 후반 국공 내전 뒤 대만으로 건너온 국민당 인사들의 출신과 자신의 출신을 대비하며 “객가의 딸이 총통이 되게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미혼이며 고양이를 기른다. 그는 넉달여 뒤인 5월20일 취임한다. 타이베이/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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