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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의 압박은 양안관계 해칠 것” 당선 첫날 강경 발언

등록 2016-01-17 21:33수정 2016-01-17 21:54

차이잉원 집권, 대만-중국 관계는

“대등한 관계 구축하겠다” 강조
미·일과 협력 강화 뜻도 밝혀
중국은 “대만독립 활동 반대”

전문가 “급격한 변화 없겠지만
지금의 ‘밀월관계’ 끝날 것”
당선이 확정된 16일 저녁 8시30분(현지시각), 내외신 기자회견에 나선 차이잉원 대만 총통 당선자는 예상 밖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대만 국민들은 대만의 주권을 지킬 수 있는 정부를 선택했다.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압박은 양안관계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하고, 지속할 수 있으며, 대등한 양안 상호관계를 구축하겠다”며 “대만의 민주주의 제도와 국가 정체성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 당선자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관해서도 “항행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미국, 일본과 협력을 강화해가겠다”고 미국의 주장과 같은 논리를 폈다. 중국으로선 모두 귀에 거슬리는 발언이다.

특히 당선 소감 발표 말미에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다 중국에서 비판을 받고 사과를 한 걸그룹 트와이스의 쯔위 사건을 별도로 언급하며 “한 국가의 국민이 국기를 흔드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선 뒤 그의 발언은 유세 과정에서 ‘92공식’(1992년 준정부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해석에 따라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에 관한 언급을 피하고, 그저 ‘양안관계 현상 유지’ 정도만 밝혔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중국의 태도에 자존심이 상한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중국 당국은 차이 당선자의 발언에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16일 “대만 독립과 ‘두 개의 중국’, 일중일대(一中一臺: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만정책을 담당하는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성명을 내어 “8년간 양안관계는 92공식을 인정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정치적 기초 위에서 평화 발전을 해왔다”며 “중국은 92공식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을 위한 분열활동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더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보였다. 중화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대만은 차이잉원을 선택한 것이지 독립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차이 당선인이 8년 동안의 양안관계를 무시하면 대만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를 빼놓고는 (당면 과제인) 정체된 대만 경제를 바꿀 수 없다”며 “과거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 전 총통처럼 독립 노선을 추구하면 죽음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했다. <차이나 데일리>도 사설에서 “중국은 민진당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 92공식을 수용해야만 대화할 것이다. 대만이 독립을 추진하는 것은 전쟁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도 평론과 칼럼을 통해 양안관계가 현재 기조를 벗어나선 안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차이잉원 당선자가 양안관계에서 급격한 정책 변화를 추진하진 않겠지만, ‘밀월’ 관계로 불렸던 국민당 집권 시절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한 독립 노선을 폈던 천수이볜 전 총통 시절(2000~2008년)엔 8년 동안 정부간 교류가 단절됐다. 리페이 샤먼대 대만연구원 부원장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일정 부분 양안관계 후퇴가 불가피하다. 관건은 차이잉원의 태도에 달렸다. 그의 양안 정책은 공허했다”고 말했다.

차이 당선자가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한 대목도 갈등을 부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 회귀 전략에 따라 미-일 동맹을 강화하며 자국 봉쇄를 꾀한다고 여긴다. 판스핑 대만 사범대 정치연구소장은 “대만이 미·일과 각종 교류를 강화해가면 중국으로선 분명히 이를 꺼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대중수출 비중과 해외 투자에서 중국의 비중이 각각 전체의 40%와 50%에 이를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급격한 정책 변화는 양안 모두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대만은 경제 타격을, 중국은 안보 고립을 감수해야 하는 탓이다.

타이베이/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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