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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차이잉원, 젊은층 지지로 정권 바꿨다

등록 2016-01-17 21:40수정 2016-01-18 08:48

대만 총통 후보인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가 14일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 주리룬 국민당 후보도 15일 타이베이에서 유세 차량에 탄 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오른쪽)  타이베이/AP EPA 연합뉴스
대만 총통 후보인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가 14일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 주리룬 국민당 후보도 15일 타이베이에서 유세 차량에 탄 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오른쪽) 타이베이/AP EPA 연합뉴스
뉴스분석 대만, 8년만에 정권교체

56% 얻어 사상 첫 여성총통
‘천수이볜의 부패’ 굴레 벗고
반중정서·취업난 파고들어
민진당, 입법원도 ‘첫 과반’ 완승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 입법위원(국회의원) 동시선거에서 사상 첫 여성 총통이 탄생하며 8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차이잉원(60) 민진당 후보는 689만4744표를 얻어 56.2%의 득표율로 381만3365표(31.0%)를 얻은 주리룬 국민당 후보를 308만여표 차로 누르고 14대 대만 총통에 당선됐다. 총통 선거 사상 가장 큰 표차다. 민진당은 입법원 선거에서도 완승했다. 전체 113석 가운데 68석을 얻어 과반(57석)을 훌쩍 넘겼다. 1986년 창당한 민진당은 처음으로 다수당이 됐다. 차이잉원 당선자는 당선 기자회견에서 “2300만 대만 국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견고하게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새 역사를 썼다. 세계에 대만 민주주의 발전상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8년 전 정권을 다시 국민당에 내줬을 때만 해도 민진당의 부활은 요원한 일로 여겨졌다. 당시 민진당은 부패로 만신창이였다. 2000년 대만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천수이볜 전 총통은 뇌물 등 혐의로 20년형과 10년 공민권 박탈형을 선고받았다. 청렴을 내세운 탓에 국민들의 배신감은 더 컸다. ‘대만의 아들’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그가 ‘대만의 수치’로 추락하며 민진당도 같은 길을 걸었다. 2008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은 마잉주 총통의 국민당에 200만표 이상으로 참패했다. 당시 마 총통이 기록한 58.5%의 득표율은 이번 차이 당선자의 득표율보다 높아, 민진당을 향한 여론이 얼마나 싸늘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민진당은 2008년 정계 입문 5년차 ‘정치 신인’ 차이잉원을 당 주석으로 내세우며 ‘부패 정당’ 이미지를 지워나갔다. 차이잉원은 전혀 기부금을 받지 않으며 청렴함을 강조했고, 이번에도 돼지저금통으로 상징되는 자발적 정치자금으로 상당액의 선거자금을 충당했다. 웨이치린 대만대 교수는 “차이잉원은 기존 정치인과 다른 참신함과 깨끗함으로 당 이미지를 바꾸고 계파를 결집시켰다”고 말했다.

차이 후보와 민진당은 외연을 확대하는 정치적 진화도 추진했다. 4년 전 선거 때 차이 후보는 “양안관계를 처리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공격에 끌려다녔다. 이번엔 약점으로 꼽혔던 양안관계에 대해 기득권층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며 수권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층에 “양안관계는 현상을 유지할 것이며 의외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요구하는 것은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차이 후보는 선거에서 반중 정서가 강한 젊은층을 파고들었다. 대만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2014년 3월 입법회 청사를 점거하는 ‘해바라기 운동’을 벌이며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 협정에 반대했다. 그해 9월 홍콩의 민주화 요구를 중국이 묵살하자 반중 정서는 더 커졌다. 판스핑 대만사범대 정치연구소장은 “차이 당선자는 ‘나는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이라는 여론을 읽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선거 막바지에 대만 국기를 흔들다 중국의 압박에 사과까지 한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 사건이 터지면서 젊은이들은 차이 후보에 몰표를 던졌다. 해바라기 운동 주축들이 만든 신당 ‘시대역량’은 이번에 5석을 확보해 제3당이 됐다.

취업난을 겪는 대만 젊은이들은 취직을 해도 첫 월급이 한국돈 100만원에 못 미쳐 ‘22K(2만2천대만달러·약 77만8천원) 세대’로 불린다. 타이베이 등 부동산 가격은 치솟아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꾼다. 마잉주 총통은 집권 기간 동안 법인세는 25%에서 17%까지 낮추며 친기업 정책을 폈지만, 2014년 성장률은 1%에 그쳤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는 기업들의 배만 불릴 뿐 이익이 고루 퍼지지 못한다는 불만이 커졌다. 국민당 지지층이던 도시 중산층이 이탈하고, 국민당 내부 분열도 민진당의 승리를 거들어줬다.

타이베이/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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