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 평화의 근본적인 문제다. 중국은 팔레스타인의 민생 개선에 무상으로 5천만위안(91억원)을 원조하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주장하며 중동 평화의 중재자 구실을 자임했다. 사우디, 이집트, 이란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하고 있는 시 주석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랍연맹 본부에서 한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인민의 합법적인 민족 권익을 지키는 것은 아랍연맹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동책임으로 결코 소홀히 해선 안될 일이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팔레스타인에 5천만위안의 무상 원조를 제공하고 별도로 태양열 발전소 설립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시 주석은 서방국가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로부터 핍박받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환기시켜 서방과의 차별성을 꾀함으로써 아랍국가들에 중국 호감도를 높이려는 것 같다. 아랍연맹은 1945년 3월 아랍 각국의 주권 확보와 중동의 평화, 반이스라엘 운동의 일환으로 출범한 기구다.
시 주석은 시리아 분쟁에 관해서도 “전쟁으로는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내전을 중지하고 시급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의 근간인 ‘내정 불간섭’에서 벗어나 중동의 중재자 구실을 맡을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돈보따리도 풀었다. 시 주석은 “중동이 여전히 전쟁과 분쟁에서 벗어나지 못해 안타깝다.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출구는 바로 발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에 200억달러의 에너지펀드를 조성하고, 아랍연맹국에 150억달러의 중동 공업화 대출 등 650억달러(78조1200억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과 아랍국가들은 예로부터 실크로드를 오가며 우의를 맺어왔다. 이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 해상 실크로드를 이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중국 중심의 경제벨트)에 함께 하자”며 9차례나 일대일로 구상을 강조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리궈푸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중동센터장은 “중국이 인프라 투자를 통해 중동에서 실용적인 플레이어 구실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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