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외교부에서 27일 열린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를 하려고 서로 다가서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27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핵 해법과 제재 수위에서 현격한 견해차를 확인했다. 미국은 고강도 대북 제재를 채근했지만 중국은 “제재가 목적이면 안 된다”며 이를 일축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오찬을 포함해 4시간여 동안 북핵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진일보한 새로운 (대북) 제재 필요성에 동의한다”면서도 “북한 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제재는 목적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한반도의 평화안정은 긴밀히 연관돼 있고 어느 것도 빠져선 안 된다”며 “중국의 태도는 희로애락에 따라 변하거나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의 이른바 ‘북핵 3원칙’ 발언은 한·미가 요구하는 고강도 대북 제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거듭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안정과 비핵화를 위해 여러해 동안 노력해왔다. 근거 없는 추측은 거부한다”며 미국이 제기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케리 장관은 지난 7일 왕이 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기존 대북 정책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케리 장관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행동은 위험한 것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에 거대한 위험을 드리우게 했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특별한 능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유엔의 대북 제재 영역에는 북·중 교역도 포함된다”며, 중국이 북한과의 교역을 제한하는 데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더욱 강한 유엔 결의안이 필요하다는 데 중국과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처는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양국 사이에 제재안을 두고 시각차가 있음을 시인했다. 미국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에 △중국의 북한에 대한 원유·식량 지원 금지 △북한산 석탄 등 광물 수입 금지 △대북 금융거래 중단 △북한 선박의 중국 내 입출항 제한과 북한 민항기의 중국 영공 운항 금지 등의 내용을 담으려 하고 있다.
또 케리 장관은 “미국은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향후 독자적인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정부·기업 등을 제재하는 조처)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등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케리 장관은 중국을 압박하기 전에 북한의 불안감을 부추겨 고삐 풀린 핵개발로 내몬 미국의 정책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미국의 냉전적 사고를 버리지 않은 채 중국에만 기대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미·중이 이견을 좁히지 못함에 따라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은 이달을 넘겨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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