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 갈등조정 실패 사흘만에
중, 자국영해 주장…“경고뒤 내쫓아”
중, 자국영해 주장…“경고뒤 내쫓아”
미군 전함이 석달 만에 다시 중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역에 진입했다. 미-중 외교장관이 갈등 조정에 실패한 뒤 사흘 만이다. 중국 국방부는 “경고하고 내쫓았다”고 했다.
미국 국방부는 30일 “해군 소속 이지스 유도미사일 구축함 커티스 윌버호가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의 트리톤섬(중국명 중젠다오) 12해리(22㎞)까지 3시간가량 순찰하며 ‘항행자유작전’을 폈다”고 밝혔다.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이번 항해의 목적은 항행 자유권을 제한하려는 중국, 대만, 베트남의 시도에 대항하려는 것”이라며 “적법한 항해였던 만큼 (중국 등에) 사전 통보는 하지 않았고, 중국 함정은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군함이 파라셀 군도에 진입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1974년 베트남에 승리해 파라셀 군도 영유권을 획득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엔 파라셀 군도 남쪽에 위치한 스프래트들리 군도에 래슨호를 진입시킨 바 있다. 당시와 달리 이번엔 사전 통보를 생략했다. 27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확장, 인공섬 건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은 주권 안의 정당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남중국해를 핵심이익이라고 여기는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양위쥔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 해군 함정이 미 군함의 소속을 확인한 뒤 즉각 물러나라고 경고했다. 중국군은 미군이 어떤 도발을 하든 주권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외교부도 “중국 법규를 존중하라”고 비판했다.
<신화통신>은 “윌버호 진입은 중국을 겨냥한 엄중한 정치, 군사적 도발이다. 미국은 1979년 카터 행정부 시절 해양 패권을 유지하려 이른바 ‘자유항행행동선언’이란 걸 했고,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도 항행자유의 목적이 ‘미군의 전지구적 군사 기동력 향상’임을 명시했다”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사회와 타국의 이해를 침해하는 ‘힘이 곧 정의다’라는 식의 논리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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