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조사중” 실종 석달만에 첫 시인
5명 확인돼…홍콩 자치권 침해 논란
5명 확인돼…홍콩 자치권 침해 논란
중국 공안당국이 석달째 실종 중이던 홍콩 서점 관계자들을 위법 행위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중국 공안당국의 개입이 확인됨에 따라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홍콩 경찰당국은 4일 “중국 광둥성 공안당국으로부터 ‘코즈웨이베이 서점 주주 뤼보와 점장 린룽지, 경리 담당 장즈핑 등 3명을 위법, 범죄활동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잇따라 실종됐다. 홍콩 경찰은 “중국 공안이 지난해 12월 실종된 같은 서점의 또 다른 주주 리보의 자필 편지도 보내왔다. 리보는 홍콩 경찰의 접견 요청에 ‘당분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실종 석달여 만에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 갑자기 등장해 “12년 전 음주운전 치사 사고를 자수하려 스스로 중국에 왔다”고 자백한 코즈웨이베이 서점의 공동소유주 구이민하이까지 포함하면 5명의 실종자가 모두 중국 공안의 ‘손안’에 있는 게 확인된 셈이다.
중국 공안이 코즈웨이베이 서점 관련자들을 구금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실종 사건 발생 뒤 처음이다. 홍콩 시민 6천여명은 지난달 중국 당국이 실종의 배후라며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 국무부도 1일 “실종 사건은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고 중국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약속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코즈웨이베이 서점은 중국 당국이 꺼려하는 주제의 책을 다루거나 대륙에서 판매금지된 서적을 출판해 왔다. 5명의 서점 관계자들은 실종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젊은 시절 연인 이야기를 다룬 <시진핑과 그의 연인들>이란 책을 펴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시눠(필명)는 5일 <비비시>(BBC) 방송에 “중국 정부에 의문을 제기하려 이미 책 내용을 발표했다”며 “서점 사람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그는 “중국 당국이 왜 뉴욕에 와 나를 고소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공안이 서점 관계자들의 실종 사건에 연관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홍콩의 자치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50년 동안 ‘일국양제’ 원칙을 적용해 고도의 자치와 사법 독립, 언론 자유 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홍콩에서 임의로 공권력을 집행할 수 없게 돼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공권력이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자치권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홍콩 사회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자유직선제를 요구했다가 묵살당한 ‘우산 시위’ 뒤 고조된 반중국 감정을 더욱 깊게 만들 전망이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