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로켓 발사와 사드 배치 논의 관련 중국 외교부·관영언론 반응
“외교부 성명의 어감을 보십시오. 중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가운데 어느 것을 더 시급하게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 중국에 더 위중한 문제는 한국의 사드 배치”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뒤 낸 성명에서 “중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유감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한국의 사드 논의 발표엔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덧붙인 설명에서도 로켓 발사에 관해선 “유관 각방(각국)의 냉정하고 신중한 대응, 대화”를 촉구했다. 반면, 사드 문제엔 “지역 긴장을 고조하고, 평화 안정에 불리하다”고 했다. 중국은 이날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와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불러 항의했지만, 북한 로켓 발사보다는 한국 내 사드 배치에 훨씬 날카로운 심기를 드러냈다.
관영 언론들도 사드 문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신화통신>은 8일 평론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주변국이 어부지리를 얻으려 해선 안 된다”며 한·미의 사드 배치를 겨냥했다. <환구시보>도 “사드 배치는 전략적 단견”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지난해 초 사드 배치 논란이 일었을 때부터 “한 국가가 안전을 도모할 때는 다른 국가의 이익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태도를 밝혀왔다.
중국은 사드가 북한 핵, 로켓보다 훨씬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판단한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북한의 핵·로켓 문제가 간접적인 위협이라면 사드는 즉각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북한의 핵·로켓은 중국을 겨냥할 가능성이 낮다며, “그러나 사드는 한국에 배치되는 순간부터 미국과 한국이 베이징,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핵심 지역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한 경계심의 근원에는 미국이 사드 문제의 배후라는 점도 깔려 있다. 진찬룽 인민대 교수는 “북한을 겨냥한다는 사드는 북한의 대남 공격 주력 무기인 단거리 장사정포 방어에는 소용이 없다”며 “이는 곧 한국의 이익보다는 미국의 서태평양지역 전략 구도에 따라 배치된다는 의미다. 미국의 전략은 중국 봉쇄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사드가 배치되면 둥펑 시리즈 등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 이후 궤적이 노출될 것도 우려한다.
한국 국방부가 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를 600~800㎞로 운용하겠다고 한 것도 중국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검증할 수단이 없는데다,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금방 탐지 범위 확대가 가능하다고 여긴다.
일부에선 ‘북한의 핵 보유와 개발은 이미 막을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선 북한을 적대국으로 돌리지 않는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이른바 현실 인정론이 중국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진징이 교수는 “북핵 갈등이 이제 미-중 대국 갈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핵 문제뿐 아니라 동북아 질서 전체에 관한 두 나라의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한반도 사드 배치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9일(현지시각)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이 박노벽 주러 한국대사를 불러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관해 면담했다”며 “한·미 양국이 사드 한국 배치에 관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주러 한국대사를 불러 반대 태도를 전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사드 배치는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깨고 군비경쟁을 부를 것”이라고 밝혀왔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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