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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누리꾼 ‘몸팔아 어머니 살리겠다’ 광고 진실은?

등록 2005-10-24 15:41수정 2005-10-25 04:02

누리꾼 모금 1300만원 넘고 진위 논란 들끓자 한 누리꾼 자비로 진상규명
중국에서 “나 자신을 팔아서라도 간 이식수술을 해야 하는 어머니를 구하겠다는” 광고를 내보낸 여자 대학생 이야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한 누리꾼(네티즌)이 이 학생의 이야기를 직접 조사해 올린 진상 보고서까지 가세하면서 공방전은 절정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15일 중국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톈야(天涯)’ 충칭판에는 ‘충칭에서 재학중인 여대생’이라는 한 누리꾼이 “어머니의 병 치료를 위해 돈이 급히 필요하니 나를 팔아서라도 도움을 얻고 싶다”는 쪽지를 올렸다.

쪽지의 주된 내용은 이렇다. “어머니가 간이 좋지 않아 생명이 위독해져서 집을 팔아 수술비를 대어 간 이식수술을 했으나 수술 뒤 경과가 좋지 않아 2차 수술을 해야 한다. 몇십만위안의 수술비가 필요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마음 좋은 분이 있다면 우리 어머니를 구해주길 희망한다. 나는 재학중인 여대생이며, 나를 팔아서라도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고 싶다.”

이 쪽지는 즉각 사이버 공간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쪽지를 열람한 회수는 13만회를 넘어섰고 충칭의 매체들도 이 여학생 이야기를 앞다퉈 보도했다. 그가 쪽지에 적어놓은 은행 계좌에는 열흘 새 10만위안(약 1300만원)이라는 거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이 쪽지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란볜얼’이란 아이디의 누리꾼이 이 사연의 주인공에 대해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이 학생은 평소 1000위안(약 13만원)짜리 아디다스와 나이키 신발을 신고, 휴대전화와 샤오링퉁(중국에서 시내통화만 가능한 휴대전화)을 둘 다 갖고 다닌다. 또 몇백위안을 들여 퍼머 머리를 했고, 500위안이 넘는 푸른색 콘택트렌즈를 새로 맞췄다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을 이용해 금품을 뜯어내려는 사기라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이 나오자 인터넷은 더욱 소란해졌다. 성금은 계속 통장에 쌓여갔지만 그와 비례해 이 여대생을 비난하는 쪽지도 더 많아졌다. 란볜얼의 주장에 대해 이 학생은 다시 인터넷에 글을 발표해 “퍼머 머리는 헤어스타일 모델을 하기 위해 한 것으로 큰 돈이 들지 않았고, 렌즈는 스스로 아르바이트해 번 돈으로 산 것이며 나이키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비난 쪽지가 그치지 않자 여대생은 지난달 27일 자신에 대한 성금을 보내는 걸 잠시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정체불명의 글이 떠다니는 인터넷에서 아무리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더라도 이제는 믿음이 잘 가지 않게 됐다”는 회의론이 부풀어 올랐다.

‘바펀자이(八分齋, 팔푼이네 집)’란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이 자기 돈 2만위안을 들여 진상 조사를 벌이기로 결심한 건 이 때문이다. 바펀자이는 상하이의 또 다른 누리꾼과 함께 충칭으로 가 이 사연의 주인공 모녀는 물론 학생의 학교 친구, 친척, 교수 등을 두루 만나 진상 조사작업을 편 뒤 지난 19일 <‘몸 팔아 어머니 구하겠다’ 쪽지 사건 조사 실황>이란 보고서를 ‘톈야’에 공개했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이 학생은 충칭의 시난사범대학 문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천이(陳易)다. 바펀자이는 천이가 “가벼운 화장을 했으며 파마 머리였다”며 그가 “누리꾼들을 약간 속였다”고 밝혔다.

천이의 어머니가 간 이식수술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루저우 검찰청 직원이기 때문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었다. 이 점을 천이는 인터넷에 공개한 적이 없다. 1차 수술 때 수술비는 30여만위안이 들었지만 의료보험에서 15만위안을 지불했고 검찰청 직원들이 2만여위안을 모금해 줬기 때문에 천이의 가족은 13만위안만을 부담했다. 2차수술을 할 경우 30~40만위안이 필요한데, 역시 의료보험에서 15만위안을 지불한다. 바펀자이는 이 점을 정확하게 진술하지 않은 건 천이가 누리꾼을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펀자이는 또 천이의 집을 방문했을 때 “노트북 컴퓨터를 갖추고 있는 등 집안이 넉넉해보였다”고 지적했다.

바펀자이는 10일간의 개인 취재를 마친 뒤 그 동안 직접 녹음하고 찍은 음성자료와 사진 등 시디(CD) 2장 분량의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가 공개된 뒤 천이는 언론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어머니의 2차 수술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금된 10만위안의 용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이가 재학중인 시난대학은 이 모금된 성금의 용도 등을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펀자이의 보고서는 중국 누리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한 누리꾼은 “개인의 역량을 통해 인터넷 모금의 진상에 대한 ‘감독 기능’을 수행한 바펀자이의 활동은 이번 여대생 쪽지 사건에 대한 객관적 판단의 참고자료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누리꾼 스스로 구조활동과 조사활동을 펴는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선전대학 사회학과의 한 교수도 “이번 일은 중국에서 익명 뒤에 숨어 있는 인터넷 상의 정보를 개인이 직접 확인한 첫 사례”라며 “사실을 밝혀내는 누리꾼과 민간의 역량을 보여준 일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한겨레> 국제부 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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