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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박람회에 북한 기업 30여곳 참석

등록 2016-07-17 19:55

중국 다롄에서 열린 '제1회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산업·상품 박람회'에서 16일 오전 북한 참가기업 안내자가 전시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다롄에서 열린 '제1회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산업·상품 박람회'에서 16일 오전 북한 참가기업 안내자가 전시 준비를 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어떻게 해가실 계획입니까?”

“그게… 뭡니까?”

“인터넷을 이용해서 사고팔고 하는 거잖아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쪽으로는 밝지 않습니다.”

지난 15일 중국 다롄에서 시작한 박람회에 북한이 참가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박람회에서 만난 북한 기업 관계자들의 반응이 이상했습니다. 이 박람회 제목이 ‘제1회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산업·상품 박람회’였는데, 전자상거래와 관련해서는 하나같이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또 이상한 것은, 박람회라면 으레 있기 마련인 계약·상담의 현장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한 관계자에게 ‘계약이나 상담도 하시나요’라고 묻자, “네, 합니다”라고는 했는데 따로 상담을 위한 자리조차 마련돼있지 않았습니다. 이상했습니다. 30사가 넘는 북한 기업들은 대체 무엇을 하러 온 걸까요?

16일 오전 다롄 제1회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산업·상품 박람회에 출품된 북한산 담배에는 "흡연은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경고문구가 적혀있었다.
16일 오전 다롄 제1회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산업·상품 박람회에 출품된 북한산 담배에는 "흡연은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경고문구가 적혀있었다.

다시 ‘전자상거래’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주최쪽을 수소문해 물어보니, 단순히 박람회라고 묘사할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전체 행사의 뼈대는 ‘비투오(B2O)’라는 이름의 전자상거래 서비스 플랫폼(www.b2ow.com)이 15일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이 사이트는 비투오과기발전유한회사(비투오)라는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기업간거래(B2B) 전용 웹사이트입니다. 중국의 많은 기업들이 러시아, 북한, 동남아의 파트너들과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인데, 첫번째로 북한과의 거래를 15일 시작했다고 합니다. 9월에는 러시아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고, 베트남 진출도 거의 확정됐다고 합니다.

결국 15~18일 동안 개최되는 이번 박람회는 일종의 ‘웹사이트 오픈 기념행사’였던 셈입니다. 북한과의 거래 개통을 기념한 행사이니, 아무래도 북한이 주인공이겠지요. 행사장에 북한 기업 부스가 30여곳에 이르른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10여곳, 2곳에 그친 것도 그런 이유로 이해됩니다. 엄밀히 말해 ‘국제 박람회’가 아닌 ‘파트너 물품 전시회’였던 겁니다.

그럼 왜 북한 기업 관계자들은 전자상거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을까요? ‘비투오’ 중국인 관계자는 “중국 쪽은 이용자가 민간 기업들이지만, 조선(북)에서는 조선 정부가 파트너 구실을 맡게 된다”며 “현재로선 조선은 구매할 때만 우리 시스템을 이용하게 된다. 비투오를 통한 판매는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중국 기업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할 때에만 쓰이게 될 예정이고, 북한산 물품이 이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되진 않을 거란 설명입니다. 이번 행사의 초점이 이 구매 시스템 런칭(개시)에 있다고 본다면, 박람회에 나온 북한 기업들은 북한 정부가 행사에 동원한 ‘들러리’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자상거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곳들일 수도 있겠지요.

중국 다롄에서 열린 '제1회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산업·상품 박람회'에 북-중 우호를 상징하는 우표책이 16일 오전 출품돼있다. 우표들 중에는 양쪽 최고지도자들의 사진이 상당수 있었으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은 없었다.
중국 다롄에서 열린 '제1회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산업·상품 박람회'에 북-중 우호를 상징하는 우표책이 16일 오전 출품돼있다. 우표들 중에는 양쪽 최고지도자들의 사진이 상당수 있었으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은 없었다.

이번 행사가 중국이 대북제재를 풀어주는 상징적 조처가 아니냐는 의심도 있습니다. 혹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때문에 중국이 북한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물론 그런 내막까지 알기는 힘듭니다. 다만, 비투오는 지난 2월 처음 구상된 시스템이라 합니다. 짐작컨대 3~4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할 때는 조마조마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대북제재와는 무관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으니 행사를 할 수 있게 됐겠지요. 비투오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보게 될 혜택을 강조합니다. “비투오는 시스템을 거쳐서 상호 확인 뒤에 대금 결제가 이뤄진다. 조선(북)에 물건을 보내고도 대금을 못 받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개선될 것으로 본다.” 중국의 대북거래 투명성 확보에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어보입니다.

비투오에서 북한 물건이 판매되지는 않는다고 하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가운데 북한산 물품을 각국이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과는 관계가 없어보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제재 대상 물품을 사들이는 수단이 될 가능성은 어떨까요? 이를테면, 지난 3월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는 북한에 대한 항공유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비투오를 통해 몰래 항공유를 산다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보입니다만, 만약 그랬다가 발각되면 난리가 나겠지요. 중국은 안보리 결의안 이행을 위한 국내법 조처를 실시중이라 해당 기업은 물론, 비투오와 비투오에 투자한 다롄시 정부까지 법적 처리를 피하기 힘들 겁니다.

비투오는 9월엔 러시아 기업들이 주로 참가하는 박람회를 다롄에서 개최한다고 합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기업들을 위한 비투오 런칭 행사가 될 거라고 합니다. 왜 다롄이냐고요? 아마도 비투오 본사가 다롄이라서 그렇겠지요.

글·사진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중국 다롄에서 열린 '제1회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산업·상품 박람회'에서 16일 오전 북한 참가기업 안내자가 전시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다롄에서 열린 '제1회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산업·상품 박람회'에서 16일 오전 북한 참가기업 안내자가 전시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다롄에서 열린 '제1회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산업·상품 박람회'에 참가한 ’진달래 화랑’ 소속 화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전시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진달래 화랑은 다롄에 위치한 북한 화랑이다.
중국 다롄에서 열린 '제1회 중국 다롄 전자상거래 산업·상품 박람회'에 참가한 ’진달래 화랑’ 소속 화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전시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진달래 화랑은 다롄에 위치한 북한 화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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