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낮 산시성 월량문 근처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만리장성의 일부인 이 명대 건축물은 3일 밤~4일 사이 붕괴됐다. <차이나데일리> 갈무리
중국 만리장성 유적지에서 각종 자연적·인위적 원인으로 최근 붕괴사고가 발생해 주요 유적인 ‘월량문’이 무너졌다고 중국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된 무너진 월량문의 남아있는 기둥 사진.
붕괴사고가 발생한 산시성 산양현 광우촌 일대의 만리장성은 명나라 홍무제 7년(1372)년 지어진 10㎞ 길이의 성이다. 보존 상태가 나쁘지 않아 베이징 등 유명 구간의 복원 때는 핵심 참고자료가 되기도 했다. 특히 월량문은 오랜 세월 비바람의 침식 탓에 과거 봉화대·망루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산등에 우뚝 솟은 아치형의 문이 여전히 상징적 존재였다. 그런데 3일 밤과 4일 사이에 기둥만 남긴 채 갑자기 무너진 것이다.
원인과 관련해 <신경보>는 현지 주민을 인용해, 이번 붕괴 사고엔 자연적 원인도 있지만, 현지 주민들이 만리장성 벽돌을 가져다 집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현지 전문가는 만리장성의 훼손은 침식 작용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주민들이 농경·주거지 확보 또는 도로 건설 등을 위해 성벽을 허문 까닭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양현 정부는 7일 누리집(홈페이지)을 통해 “보기드문 큰 바람에 의한 붕괴였으며, 그전엔 어떤 조짐도 없었다”며 “누군가 벽돌을 빼어갔거나 인위적으로 파괴한 데 따른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선 여행을 위한 개발 및 복원 과정에서 원형을 잃은 경우도 많았으며, 광산·채석장 등의 마구잡이 채취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산시성에 위치한 만리장성 구간이 긴 반면에 당국의 예산이 부족해 보호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계도 지적됐다.
만리장성 랴오닝성 쑤이중현 구간은 울퉁불퉁한 외관 탓에 '야성', '야생' 등 거칠다는 의미의 '야(野)'자를 쓴 '야장성'이라는 별칭이 있었다. 그러나 당국의 조처로 상면이 시멘트로 매끄럽게 포장됐다. <펑파이> 갈무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만리장성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호가 소홀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달 말엔 만리장성 랴오닝성 쑤이중현 구간의 복원 공사가 입길에 올랐다. 원래 일부가 손상돼 울투불퉁한 모습을 특징 삼아 ‘가장 아름다운 야(野·거친)장성’이란 별칭을 얻은 명나라 시기 유적인데, 현지 당국의 지시로 성벽 윗면에 시멘트를 발라 평평한 ‘콘크리트 길’을 만든 것이다. 문화재 훼손이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했고, 국가문물보호국도 지난달 27일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면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해당 구간에선 되레 관광객 접근 제한용 철조망 설치를 위한 말뚝이 새로 등장했다고 <펑파이>가 5일 보도했다. 현지 당국은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한 조처라고 항변하고 있다.
우궈창 중국장성학회 사무총장은 “2006년 국무원(행정부)이 만리장성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 규제를 강화했지만, 10년이 지났음에도 만리장성의 많은 부분이, 특히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곳들이 구조적으로 위태롭다”고 말했다고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7일 전했다. 중국어로 ‘창청’(장성)으로 불리는 만리장성은 전국시대 북부 지역의 성곽을 진시황 시기에 연결한 것이 시초지만, 현재 남아있는 성벽의 위치와 형태는 대개 명나라 때 완성된 것들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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