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해 중국 매체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를 조롱하면서 서방식 민주주의에 대한 체제 우월을 강조하려는 속내가 엿보이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국 배치의 향배에도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은 31일 국제뉴스 심층 분석 프로그램인 ‘세계주간’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작성 개입 및 사전 보고,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개입 등 최순실 모녀를 둘러싼 각종 의혹,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 그리고 박 대통령의 사과와 한국 시민들의 항의 집회 등을 자세히 다뤘다. 이 프로그램은 <한겨레> 등 국내 매체를 인용해 이명박 정부 말기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중심으로 측근 비리 문제가 불거졌듯, 박근혜 정부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남은 임기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경보>는 이날 1면에 서울에서 전날 열린 촛불집회 사진을 싣고 이번 사태가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되는 한국 정치의 제도적 한계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가신 정치·측근 정치가 잇따라 나타났고, 또 취임 직후 전임 정부와 차별화를 추구하느라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이날치 <환구시보> 기고에서, 재벌 기업 같은 소수의 가족·개인이 정치에 관여하는 한국의 문화가 ‘측근 게이트’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번 사건의 사후 처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국 배치의 철회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9일치 기사에서 “사드 배치 입장을 견지했던 박근혜가 만약 전대미문의 정치위기를 맞이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지역 안보 정책은 지켜질까? 변화는 없을까?”라며 “한국 민중들은 사드 배치가 심지어 박근혜 본인의 뜻이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루인 중국 국방대 전략연구소 부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방침을 변경할 가능성이 작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후임 한국 정부가 이 문제(사드 배치)에서 일정한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교에 빠진 박근혜’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다루고 있는 인터넷 매체들은 “박근혜는 2016년부터 한국을 곤경에 집어넣는 외교정책을 취해왔다”며 “지금 와서 보니 이처럼 정신머리 없는 정책은 박근혜의 주관적 의지가 결코 아니라, 그 배후 조종자가 거대한 이익의 유혹을 받고서 박근혜에게 시킨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뤼차오 주임도 권력 사유화에 대한 비판이 높은 것은, 한국 경제의 하강 국면, 그리고 사드 배치 추진 등 동북아 균형을 파괴하는 외교 행위로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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