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베이징 30명, 칭다오 50명 등
옥외집회 불허로 한국식당서 집회

2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mail]

전국적으로 190만명(주최쪽 추산)이 참여한 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중국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인 약 30명은 이날 오후 시내 한 한국식당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식당 곳곳에 펼침막을 내건 참가자들은 한국 국내의 ‘1분 소등’에 맞춰 같은 시각 소등을 실시하고,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아내, 딸과 함께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병덕(40)씨는 “2000년 처음 중국에 왔을 때만 해도 한국인이란 것이 자랑스러웠지만, 이제는 정치·경제적으로 중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점점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며 “한국이 돌아가고 싶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는데, 이젠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날 칭다오에서도 한국인 약 50명이 한국식당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칭다오 집회에 참석한 채익주(47)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중국 땅이어서 마음대로 목소리를 못 내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전국에서 촛불을 든 분들과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이 당장 퇴진하기를 누구나 바란다”고 말했다.

애초 중국 내 한인들은 정식 신고를 통한 옥외집회 등을 계획했으나, 중국 당국의 불허 방침과 일부 교민들의 우려 탓에 실내집회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베이징 한국대사관이 난색을 표하는 등 집회 장소 선정에 난항을 겪은 끝에 한국식당에서 집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9일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권인 베트남의 호치민 촛불집회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열린 바 있다.

중국에서는 상하이의 유학생·교민들과 베이징대 유학생 98명이 지난 7일과 10일 각각 시국선언문을 낸 데 이어, 12일 온라인 집회가 열리고 뒤이어 오프라인 집회가 열리는 등 제한적인 정치 환경에서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mail]

2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mail]

26일 오후 중국 칭다오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근혜 퇴진 재중국 칭다오 한국인 모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