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1375㎞ 고향인데 남쪽 465㎞에서 발견
“PC방에서 돈 다 써서” 경찰이 차표 사줘
상하이~충칭 ‘성공’ 사례도…창업 위한 고생
“PC방에서 돈 다 써서” 경찰이 차표 사줘
상하이~충칭 ‘성공’ 사례도…창업 위한 고생
춘절(설) 연휴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에서 자전거를 타고 귀성길에 올랐던 두 젊은이의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안후이성 우후 교통경찰은 20일 고속도로 갓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한 남성을 붙잡았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리스핀’에 올라온 당시 촬영 영상을 보면 경찰이 접근해 신분증을 요구하자, “(고속도로) 아래 길로 가면 괜찮나요?”라며 “아래쪽 사람들이 올라와도 된다고 했어요”라고 항변한다. 경찰이 요금소 사람들이 그랬느냐고 묻자 “그건 아니다”라며 우물쭈물한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춘절을 지내기 위해 산둥성 르자오에서 고향인 헤이룽장성 치치하얼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던 길인 것으로 밝혀졌다. 르자오에서 치치하얼까지는 직선 약 1375㎞ 거리로, 각각 가장 가까운 도시인 칭다오-하얼빈 구간의 항공편(3시간)과 열차편(르자오-칭다오 3시간, 하얼빈-치치하얼 2시간) 등을 조합해도 약 11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열차만 타면 최소 24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남성은 가진 돈을 피시방에서 다 써버려 자전거를 타고 한달 넘게 이동중이었다고 했다. 당시 촬영된 사진을 보면 그는 일반 자전거에 배낭과 비닐봉지 2개를 메어놓고 있었다.
문제는 방향을 잘못 잡아 치치하얼이 있는 북쪽이 아니라 남쪽 약 465㎞ 떨어진 우후까지 온 것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이 남성을 붙잡았던 교통경찰은 방송 인터뷰에서 “춘절 전까지 집에 도착하려고 줄곧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에게 물어봤으나 결국 길을 잘못 들었던 것”이라며 “우리 생각에 동북 쪽으로 방향을 바꿔도 춘절 전까지 집에 못 갈 것 같아서, 교통경찰과 요금소 직원들이 돈을 모아서 집까지 가는 차표를 사줬다”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젊은이는 상하이에서 고향 충칭까지 직선 1445㎞ 거리를 무사히 자전거로 ‘귀성’해 화제가 됐다. 충칭 출신으로 지난해 7월 상하이에서 일자리를 구해 식당에서 일하던 펑젠촨은 고향에 돌아가 식당을 열기로 결정했다. 창업에 앞서 스스로를 단련하기 위해 ‘자전거 귀성’을 결심했고, 일하던 식당을 사직한 뒤 산악자전거 1대를 사서 실행에 옮겼다.
1월12일 상하이를 출발해 하루 8시간 150㎞을 이동한 펑은 갖은 고초 끝에 19일 후베이성 우한시(충칭까지 750㎞)에 도착해 <충칭(중경)만보>와 인터뷰했고, 24일엔 후베이성 언스(충칭까지 295㎞)에서 <차이나데일리>와 인터뷰했다. 펑은 “식당에선 매일 늦도록 바빴어도 사람들끼리의 교류가 아주 단조로왔는데, 자전거 여행을 해보니 세상엔 또다른 모습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춘절 전날인 27일까지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중국 산둥성 르자오에서 북쪽 헤이룽장성 치치하얼까지 자전거를 타고 귀성하려던 사내가 20일 남쪽 안후이성 우후에서 만난 교통경찰로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리스핀 갈무리
중국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자전거로 ‘귀성’한 펑젠촨이 운행중 스스로 찍은 사진. <충칭만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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