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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충칭 독신녀 숨진지 5년만에 백골로 발견

등록 2005-11-09 15:43수정 2005-11-09 15:44

중국 충칭에서 30대 독신 여성이 집안에서 숨진 지 적어도 5년이 지난 뒤에 백골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11시 충칭시 샤핑베이 바이허링차오터우바오 2호의 연립주택에 수도 계량기를 설치하던 수리공이 인기척이 없는 집안을 열고 들어가 보니 침실에 홀로 누워 있는 주검을 발견했다고 <충칭신보>가 9일 보도했다. 조사 결과 이 주검은 부근 얼전창이란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해온 장쑤위라는 1964년생의 여성으로 밝혀졌다. 평소 빼어난 미모로 인해 이 공장의 ‘꽃’이라 불리던 장은 결혼 직후 남편과 이혼한 뒤 공장 기숙사에서 지내오다 사망하기 얼마 전 기숙사에서 나와 홀로 살아왔다.

공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은 2000년 7~8월께부터 나타나지 않았으며, 그의 전 남편도 5년쯤 전에 그를 본 뒤 다시는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공장 관계자들은 그의 집에 전화도 없어 연락할 길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안과 법의학자의 감정 결과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 집 안에 다툰 흔적이 없으며 재물 손실도 없어 장은 자연사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잘 정돈돼 있는 장의 침실 책상 위에서 발견된 일기장에는 1993년부터 2000년 7월까지 소소한 일상이 기록돼 있었다고 보도는 전했다. 이 일기장에는 시장 본 내용, 병원 다녀온 기록 등이 적혀 있었고, 마지막 장에는 “한 달 동안 고기를 먹어보지 못했다. 후이궈러우(回鍋肉: 돼기고기 덩어리를 삶은 뒤 두껍게 썰어 야채와 함께 졸인 쓰촨요리)를 먹고 싶다. …지금이 내 삶에서 가장 참고 견뎌내기 어려운 날들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장의 침실 문과 창문이 잘 닫혀있고 이웃들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살아 주검이 썩는 냄새를 잘 느끼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외딴 곳도 아닌 대도시 한복판 집안에서 사람이 죽었음에도 5년 동안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중국인들은 놀라워 하고 있다.

<충칭상보>는 9일 “친척도 있고, 이웃도 있고, 회사 동료도 있는 이가 집안에서 숨진 지 5년만에 백골로 발견됐다는 건 끔찍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쑨위안밍 충칭 사회과학원 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날 “숨진 이의 주검보다 인정의 적막함이 더욱 무섭다”고 말했다. 쑨정룽 <신시스바오> 평론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중국의 여론은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기를 좋아하는 ‘열심 아줌마’들을 ‘요괴’로 만들어왔다”며 “남이 어찌되든 나만 잘 되면 된다는 무관심이 이런 사태를 낳았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충격을 계기로 중국 사회의 어두운 곳에도 햇빛이 비치도록 해야 하며, ‘화해사회’(후진타오-원자바오 지도부가 주창하는 정치 구호)의 온기를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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