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사태도 재평가될라”… 당내 보수파 우려 때문인듯
1980년대 중국의 개혁파 정치지도자 후야오방(1915~1989) 전 총서기에 대한 재평가를 둘러싸고 중국이 다시 한번 몸살을 겪고 있다. 오는 20일 후 전 총서기 출생 90돌 기념식 규모가 크게 축소되고, 예정됐던 기념 문집과 전기 출판도 금지됐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애초 20일 인민대회당에서 대규모 기념식을 열 방침이었으나, 당 내부 반발에 부닥쳐 참석 인원 규모를 대폭 줄이고 날짜도 18일로 이틀 앞당겨 ‘좌담회’ 형식으로 대체한다고 14일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기념식 날짜를 앞당긴 건 후진타오 주석이 19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외유 중인 기간을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기념식 규모가 축소된 건 언론 자유, 개인 권리 존중, 당내 민주화 등을 추진했던 후 전 총서기가 ‘복권’될 경우 1989년 천안문 사태와 자오쯔양 전 총서기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것을 당내 보수파들이 우려한 때문으로 전해졌다.
또 후지웨이 전 인민일보사 사장 등 후 전 총서기의 옛 동지들이 함께 쓴 회고 문집 <후야오방을 회고함>과 장딩 전 중국사회과학출판사 사장 등 개혁파 지식인들이 공동 집필한 평전 <후야오방전>(전3권) 등도 출판 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4일 보도했다.
<후야오방을 회고함>은 1999~2000년 홍콩에서 출간된 바 있다. <후야오방전>은 지난해 11월 탈고돼 ‘서문’ 등 일부 원고가 중국 네티즌 사이에 전파돼 왔으며, 후 전 총서기 출생 90돌에 맞춰 출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후 전 총서기 재평가 지연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미 중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 ‘왕이’ 등에는 그에 대한 회고와 추도문들이 올라오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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