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두에는 ‘검은비’ 광둥성엔 ‘기름먼지’
중국 환경재앙 ‘화약고’
몇달전도 폐수 방류 100만명 20일 급수중단
양쯔강 일대 어린이 납중독·기형물고기 속출
당국 단속 미온적… ‘제2의 쑹화강 사태’ 잠복 화학공장 폭발사고로 인한 쑹화강 벤젠 오염 사태 이후,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가 불러일으킬 ‘환경 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앞만 보고 달려온 중국 경제 곳곳에 제2, 3의 ‘쑹화강 사태’가 터질 수 있는 ‘지뢰밭’이 늘려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 각 지방 당국도 이번 사태 발생 이후 ‘중점 관리’ 대상에 오른 업체들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중국 정부는 정확한 환경오염 실태 파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잇따른 하천 오염 =135㎞에 이르는 쑹화강 벤젠띠가 하얼빈시 앞을 지나가고 있던 지난 24일 쓰촨성의 장쉐중 당위 서기, 장중웨이 성장은 ‘퉈강 오염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고 <충칭만보>가 25일 보도했다. 퉈강 오염사건은 지난 3월 쓰촨성에서 10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20여일 동안 급수를 중단당한 사건을 말한다. 이는 요소·질소 비료를 생산하는 쓰촨화공이 양쯔강 지류인 퉈강에 질산 암모니아를 방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퉈강의 암모니아 농도는 허용치의 수십배가 넘었다. 죽은 물고기도 500t에 이르렀다. 또 지난 5월엔 퉈강 중류의 한 제지공장이 쏟아낸 폐수로 80t의 물고기가 떼죽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적어도 5년이 지나야 퉈강의 생태계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쑹화강 사건이 터지자 쓰촨성은 서둘러 식수원 안전문제를 진단했다. 합격점을 받은 곳은 수원지 35곳 중 14곳에 불과했다고 관영 <중국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심각한 납 중독/b> =중국에서 환경 문제는 개혁·개방 이후 가장 먼저 공업화를 추진한 중국 동부의 주강 삼각주 일대와 양쯔강 삼각주 일대, 공장 밀집지대인 양쯔강 중·상류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터지고 있다. 저장성 창싱현 주민들이 겪은 악몽 같은 경험이 대표적인 보기다. 이 지역 주민들은 2003년부터 누에가 이유 없이 죽어나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즈음부터 오리들은 알을 낳지 못하고, 하천에는 몸집은 빈약하고 머리만 큰 물고기들이 눈에 띄었다. 결국 2004년 5월 한 농민의 아들이 배가 아프다고 호소해 진료를 받아본 결과, 납의 혈중농도가 허용치를 훨씬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납중독에 걸린 어린이는 무려 500여명이나 됐다. 오염원은 이 지역의 170여 축전지 공장들이었다. 이 공장들은 대부분 아무런 정화시설 없이 폐수를 방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 주변 밭은 이미 텅 비었고, 말라죽은 잡초는 검은 기름거품으로 뒤덮였다.
광둥성 구이위진에서도 어린이 160여명이 납 중독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구이위진은 80년대 말부터 각종 중고 전기·전자 제품을 해체하는 300여 재처리 공장이 들어선 곳이다. 지난 9월 이곳을 방문한 환경단체 관계자들에게 주민들은 “물이 모두 검게 변했고 악취가 난다”고 호소했다. 산터우대학 연구진 조사 결과, 160여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납중독 상태였다.
‘잿빛 흙비’와 ‘검은 비’=지난달 18일 밤과 19일 새벽 청두시 주민들은 ‘검은 비’가 내리는 걸 보고 놀랐다. 당국의 조사 결과, 오염원은 석탄을 주된 원료로 쓰는 부근의 화력발전소였다. 청두 매체들은 “공업화가 먼저 진행된 광둥성의 상징인 ‘잿빛 흙비’가 쓰촨에도 상륙했다”고 썼다.
<남방도시보> 보도를 보면, 광저우시 등 광둥성의 주요 공업도시들은 오염된 물과 산성비, 스모그, 검은 먼지 섞인 비 등에 만성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광둥성 카이핑시에서는 아연제련 공장의 배출가스가 주변 논밭을 중금속으로 오염시켜 주민들의 항의를 샀다. 농민들은 볏잎에 끈적끈적한 검은 기름먼지가 묻어나면서 벼가 죽어가자 이 공장에 몰려가 항의했다. 조사 결과 식용으로 쓸 수 없을 정도의 납이 검출됐다.
이제서야 눈뜬 당국 =생태계 파괴와 환경재앙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자 최근 들어 중국 각 지방정부들은 앞을 다퉈 환경 친화적 발전을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녹색 광둥’ ‘생태 쓰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리칭좐 광둥성 환경보호국 국장은 최근 “기존의 성장 방식이 환경 문제를 낳아 광둥성의 지속적인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며 “녹색경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환경 문제가 당장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린위쒀 난징환경과학연구소 주임은 “토양·대기·수질 오염원은 100여 가지에 이르는데, 어떤 경우는 오염원을 밝혀내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중국 인권단체에서 환경 문제를 연구해온 한 활동가는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경제 성장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오염원 배출 업체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양쯔강 일대 어린이 납중독·기형물고기 속출
당국 단속 미온적… ‘제2의 쑹화강 사태’ 잠복 화학공장 폭발사고로 인한 쑹화강 벤젠 오염 사태 이후,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가 불러일으킬 ‘환경 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앞만 보고 달려온 중국 경제 곳곳에 제2, 3의 ‘쑹화강 사태’가 터질 수 있는 ‘지뢰밭’이 늘려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 각 지방 당국도 이번 사태 발생 이후 ‘중점 관리’ 대상에 오른 업체들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중국 정부는 정확한 환경오염 실태 파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잇따른 하천 오염 =135㎞에 이르는 쑹화강 벤젠띠가 하얼빈시 앞을 지나가고 있던 지난 24일 쓰촨성의 장쉐중 당위 서기, 장중웨이 성장은 ‘퉈강 오염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고 <충칭만보>가 25일 보도했다. 퉈강 오염사건은 지난 3월 쓰촨성에서 10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20여일 동안 급수를 중단당한 사건을 말한다. 이는 요소·질소 비료를 생산하는 쓰촨화공이 양쯔강 지류인 퉈강에 질산 암모니아를 방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퉈강의 암모니아 농도는 허용치의 수십배가 넘었다. 죽은 물고기도 500t에 이르렀다. 또 지난 5월엔 퉈강 중류의 한 제지공장이 쏟아낸 폐수로 80t의 물고기가 떼죽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적어도 5년이 지나야 퉈강의 생태계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쑹화강 사건이 터지자 쓰촨성은 서둘러 식수원 안전문제를 진단했다. 합격점을 받은 곳은 수원지 35곳 중 14곳에 불과했다고 관영 <중국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심각한 납 중독/b> =중국에서 환경 문제는 개혁·개방 이후 가장 먼저 공업화를 추진한 중국 동부의 주강 삼각주 일대와 양쯔강 삼각주 일대, 공장 밀집지대인 양쯔강 중·상류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터지고 있다. 저장성 창싱현 주민들이 겪은 악몽 같은 경험이 대표적인 보기다. 이 지역 주민들은 2003년부터 누에가 이유 없이 죽어나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즈음부터 오리들은 알을 낳지 못하고, 하천에는 몸집은 빈약하고 머리만 큰 물고기들이 눈에 띄었다. 결국 2004년 5월 한 농민의 아들이 배가 아프다고 호소해 진료를 받아본 결과, 납의 혈중농도가 허용치를 훨씬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납중독에 걸린 어린이는 무려 500여명이나 됐다. 오염원은 이 지역의 170여 축전지 공장들이었다. 이 공장들은 대부분 아무런 정화시설 없이 폐수를 방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 주변 밭은 이미 텅 비었고, 말라죽은 잡초는 검은 기름거품으로 뒤덮였다.
광둥성 구이위진에서도 어린이 160여명이 납 중독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구이위진은 80년대 말부터 각종 중고 전기·전자 제품을 해체하는 300여 재처리 공장이 들어선 곳이다. 지난 9월 이곳을 방문한 환경단체 관계자들에게 주민들은 “물이 모두 검게 변했고 악취가 난다”고 호소했다. 산터우대학 연구진 조사 결과, 160여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납중독 상태였다.
중국 주요 환경오염 사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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