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17일 국가주석으로 재선출된 시진핑 주석이 이날 새로 선출된 왕치산 국가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중국의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17일 시진핑(65) 국가주석을 5년 동안의 국가주석으로 재선출하고, 왕치산(70) 전 상무위원을 국가부주석으로 새로 선출했다.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전인대는 투표인 2970명이 만장일치로 시 주석을 선출했다. 시 주석은 또 전원 찬성을 통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도 선출됐다. 두 직책 모두 단독 입후보였다. 2012년 중국공산당 총서기, 2013년 국가주석 및 중앙군사위 주석에 오르면서 3대 주요직책을 석권한 시 주석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각 직책의 두 번째 임기(5년)를 모두 시작하게 됐다. 시 주석의 두번째 임기는 장쩌민·후진타오 시기를 거치며 관례화해온 ‘2기 집권’이 지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이날 눈길을 끌었던 것은 새로 선출된 왕치산 국가부주석이었다. 시 주석의 대표적인 측근으로 분류되는 왕 부주석은 지난해 당대회에서 암묵적인 연령제한(68살 은퇴) 규정에 따라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났지만, 연령제한을 적용받지 않는 국가부주석으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지도부가 미-중 무역전쟁 등 위기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왕 부주석의 풍부한 경제·외교 분야 경험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최고지도부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을 때마다 장내의 인민대표들이 박수를 보낸 가운데, 왕 부주석 순서 때는 박수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을 통해 왕 부주석이 시진핑 지도부의 실질적 2인자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내의 전통적 서열과 별도로, 임기 제한을 피해가면서까지 그를 기용했기 때문이다. 1기 지도부에서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맡아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해 시 주석으로의 권력집중을 완성지었던 왕 부주석이, 당 안팎의 견제세력을 제압하는 상징적 존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역사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장리판은 “현재로서는 시진핑의 집권을 위해 왕치산과의 정치적 동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가부주석 직책엔 실질적 권한이 없다는 평가가 많지만, 덩위원 전 <학습시보> 편집장은 “왕치산은 시진핑이 부여하는 만큼의 권력을 모두 갖게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 주석과 왕 부주석은 지난 11일 전인대가 통과시킨 새로운 헌법에 따라 기존의 임기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게된다. 관례화한 ‘2기 집권’을 넘어선 3기, 4기 집권, 나아가 종신 집권도 이론상으로 가능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시 주석이 만장일치로 당선된데 견줘, 왕 부주석의 선출에서는 반대표가 1표 나온 것도 눈길을 끈다. 전체 인민대표(2980명) 가운데 이날 표결에는 10명이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개헌안 표결에서는 투표불참 16명, 반대 2표, 기권 3표, 무효 1표가 나온 바 있다.
이날 전인대는 서열 3위인 리잔수 상무위원을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전인대 부위원장 및 비서장의 인선도 마무리했다. 모든 투표는 후보자와 당선자 수가 같은 ‘등액선거’로 진행됐다. 시 주석과 왕 부주석을 포함해 이날 선출된 이들은 모두 새로 도입된 ‘공직자 헌법 선서’를 했다. 전인대는 총리와 국무위원 및 부장(장관), 신설된 국가감찰위원회 주임, 중앙군사위 부주석, 중앙은행장 인선 등까지 마무리한 뒤 오는 20일 폐막할 예정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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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 및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선출된 시진핑 주석이 헌법선서를 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공직자 헌법 선서는 "나는 선서한다.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 충성하고 헌법 권위를 수호하며 법이 부여한 직책을 이행하겠다. 조국과 인민에 충성하고 직무를 성실히 이행하며 청렴하고 인민의 감시를 받겠다"면서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적이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대국 건설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