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주권론 주창한 17세기 유학자… ‘중국의 루소’
총리도 심취… 중국 지도부의 ‘민주화 고민’ 반영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전제군주제를 비판하고 민주계몽 사상을 주장한 명나라 말기의 유학자 황종희에 심취해 있다. 홍콩의 <아주주간> 최신호(12월4일치)는 원 총리가 황종희 사상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영감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 총리는 최근 한 친구에게서 <황종희 전집>을 선물받고 “그의 사상에는 과학성과 민주성이 깃들어 있다. 만민과 함께 근심하고 기뻐해야 한다는 그의 도리를 기억해 힘써 행하겠다”는 편지를 썼다.
‘중국의 루소’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17세기 유학자 황종희는 전제군주제의 폐단을 비판하고 ‘주권은 민의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원 총리의 황종희 심취는 민주화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고민으로 해석된다.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황종희 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평가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저장성 사회과학원 국제양명학연구센터 우광 주임은 “원 총리의 편지는 황종희 사상을 평가할 뿐아니라 민을 근본으로 삼고 민주이념을 중시하는 새세대 지도부의 정치이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2003년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도 농촌문제를 거론하면서 “공산당은 ‘황종희 법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종희 법칙’은 역대 중국 토지제도를 설명하면서 개혁 뒤에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는 현상을 지적한 황종희의 학설에서 따온 것으로, 섣부른 개혁의 함정을 경계한 셈이다. 학자들은 원 총리의 발언을 농민의 정치참여라는 면에서 봐야 한다며, 농민의 권리를 빼았았다가 결국 농민항쟁으로 이어졌던 역사를 거울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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