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1국 2체제’ 다시 시험대에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4일 홍콩에선 시민 25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보통선거(직선제) 쟁취를 위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의 핵심 요구는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과 입법기관인 입법의원 직선제 요구이지만, 실제로는 주민들의 광범위한 민주화 열망이 강하게 표출된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이에 따라 ‘1국 2체제’를 기반으로 한 중국 대륙의 홍콩 지배 틀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홍콩은 현재 행정장관을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 방식으로 뽑는다. 임기는 5년이며 선거인단을 통한 간선제이다. 또 60명의 입법의원중 30명만 직선으로 뽑고 나머지는 직능별 간접선거로 선출한다. 베이징 당국은 그러나 홍콩 민주파의 요구대로 입법의원 전원과 행정장관에 직선제를 허용할 경우, 그 바람이 대륙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시위의 불씨가 된 건 지난 10월 홍콩 정부가 내놓은 ‘정치개혁안’이다. 이 개혁안은 직선제 도입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행정장관 선거인단을 현행 800명에서 1600명으로 늘리고, 입법의원 수를 60석에서 70석으로 늘리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은 이 개혁안을 설명하면서 직접선거는 2007년 이후에 논의하자고 말했으나, 민주파 의원들은 ‘직선제 도입’ 일정이 전혀 명시되지 않은 이 개혁안이 “중국 대륙의 눈치를 본 타협적인 개정안”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이번 개혁안은 오는 21일 입법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현재 입법회는 친중국계가 35명, 민주파가 25명으로 친중국계가 더 많다. 그러나 ‘개혁안’ 통과를 위한 의결정족수(41표)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이 경우 홍콩 정부는 현행 선거법에 따라 2007년, 2008년 선거를 치를 계획이지만, 좀더 타협적인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시위에 예상 밖의 많은 시민들이 참가한 데 자신감을 얻은 홍콩 민주화세력은 좀더 적극적으로 직선제를 요구해갈 기세라고 홍콩 <평과일보>가 5일 보도했다. 홍콩의 정치평론가 리핑은 “대만의 경우 계엄령 하에서 언론의 자유와 정당 결사의 자유가 전혀 없었는데도 입법의원은 물론 총통 직선제까지 쟁취했다”며 “대만을 본받아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천르쥔 홍콩주교는 “행정장관은 이번 개혁안이 ‘완전한 민주화를 위한 커다란 진전’이라고 말했으나 이는 내가 들어본 가운데 가장 중대한 거짓말”이라며 “시민들은 더 이상 참지 말고 직선제 도입을 위한 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파 의원들의 주도 아래 벌어진 이번 시위는 2003년 7월1일 50만이 참가한 직선 요구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이다. 행동 지침에 따라 검은색 상의를 입고 나온 시민들은 “새장 정치에 반대한다”는 대형 현수막을 앞세우고 빅토리아 공원에서 정부청사까지 5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홍콩 정치 민주화 관련 주요 일지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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